똬리 똬리 강길수 |姜吉壽 작은 물방울이 포르르 날린다. 어머님 제삿날, 고향집 주방 앞 수도꼭지다. 물방울 앞으로 그 옛날, 물자배기를 인 젊은 어머니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어머니 얼굴 앞에 자배기의 물이 조르르 넘쳐 흘러내리며 물방울 되어 흩날린다. 어머니는 자배기 밑..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07.17
온라인 크리스마스 선물 온라인 크리스마스 선물 강길수┃姜吉壽 다음 주면 성탄이다. 미사 직전, 대림절待臨節* 촛불 네 개가 다 켜진다. 마지막 흰색 초에 불이 켜질 때, 한 소녀의 해맑은 얼굴이 촛불에 오버랩 되었다. 소녀는 지금 숙녀가 되었을까. 아마 어느 성당에서 미사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십년 전 쯤..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3.11.29
비스킷나무 붓 비스킷나무 붓 강길수姜吉壽 살다보면 생각지 못한 일을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이른 봄, 아직 나뭇가지엔 겨울 덴바람의 여운이 남았나보다. “윙, 위잉…….” 소소리바람이다. 앙상한 가지에 부는 바람이 살 속으로 스미듯 차갑고 매섭다. 하여, 이런 바람을 사람들은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3.10.27
철이에게 철이에게 우리 둘째 아들이자 막내 철아! 이제 사흘만 지나면 너희 결혼식이 있는 날이구나. 그동안 가족 누구보다도 심신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네가 이 아비는 든든했다. 결혼문제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당사자들이 거의 다 하는 너와 진영이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었다. 시대가 변한 .. 아름답기/편지 가람 2013.06.29
어린 졸참나무 가지 어린 졸참나무가지 강길수│姜吉壽 문득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어린 졸참나무가지 하나 때문이다. 등산로 고갯마루 부근 어느 묘역 곁이다. 십이월이 코앞인 추운 날씨에 연약한 나뭇잎 몇 개가 새 가지에 매달려, 마치 오월의 나뭇가지와도 같이 연녹색으로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사..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2.08.28
한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 사진출처 : http://www.animalpicturesarchive.com/view.php?tid=2&did=3510&lang=kr 한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 강길수 1. “제발 하루라도 더 살아다오!” “하늘아, 구름아 비를 내려다오!” 콘크리트 옹벽 옆에 서서 삼사 미터 아래 있는 갈대밭을 내려다보며 든 내 마음이다. 아니, 기도다. “어! 이게 뭐야..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2.07.04
유리창 유리창 강길수 헤픈 언어의 유희 어설픈 욕망의 흔적 비겁한 행위의 기억들로 덧칠한 유리창. 진실과 착함과 아름다움의 빛만 보려 해도, 약한 믿음 희미한 희망 못 다한 사랑만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기도하는 유리창엔, 지울 수 없는 그리움 한 줌 살아낸다. ( 2012. 4. 24. ) 아름답기/시 나라 2012.05.05
전력개발실 전력개발실 강길수 천국이 따로 없다. 낮엔 종일 상상의 누리를 노닐고, 밤엔 일석점호도 취침점검도 없다. 게다가 야간 불침번도, 보초도, 위병조장(衛兵組長)도 안 선다. 그러니 여기가 바로 천국인 게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큰 타원형탁자가 가운데서 오는 이를 반긴다. 열람..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1.12.15
수유리의 꿈 [공통소재 수필][5매 수필] 수유리의 꿈 강길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만나자!” 는 약속의 증표다. 그리고는 술잔에 동동주를 가득 부어 ‘브라보!’하면서 모두가 축배를 들었다. 형님들의 반 강권에 못 이겨 손가락을 걸었지만, 앞에 앉은 아가씨와 눈길이..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1.12.15
마지막 아침 마지막 아침 강길수 |姜吉壽 만나자마자 남이는 자기 방으로 함께 가자고 하였다. 내가 밤 열차를 타고 왜 이곳까지 왔는지 모를 리 없는 그녀다. 그런데, 아침 이른 시각에 어찌하여 자기가 사는 방으로 가자고 하는지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아가씨가 자취하는 곳에는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