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리운 가을날 당신 그리운 가을날 지난주부터 양학동 등산로에 어느 맘씨 아름다운 분이 심은 코스모스가 참 아름답게도 피었어. 몇 송이 만져보고 코 대고 냄새도 맡아 보았지. 생각보단 그리 향이 나지 않았어. 마치도 무덤덤한 내 가을처럼... 무심히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내 시야의 초점엔 어느 틈에 솟아.. 아름답기/시 나라 2010.09.25
들국화 들국화 강길수|姜吉壽 “용케도 화를 면했네! 게다가, 오월에 피어나다니?”하고 중얼거렸다. 꽃 앞에 앉아 유심히 바라본다. 대문 옆이라 낫으로 웃자란 풀을 베거나, 어떤 직원은 아예 뽑아 버리기도 하면서 지내던 터였다. 한데, 그 자리에 한 철이나 이른 작고 연약한 들국화 세 송이가 진주보다 예..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0.08.20
양학동등산로[8](어느 성자) 양학동 등산로 [8] (어느 성자) 강길수 그대…. 요즈음은 행복한 것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 게 무엇이냐’고요? 아마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그대는 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중요하고 절실한 일이라 여기기에 그대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오. 무슨 얘기이기에 뜸 드리느냐고요? 미..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0.04.18
인생자전거 인생자전거 강길수(姜吉壽) 다리가 온통 은빛갈채다. 빛나는 아침햇살이, 달려가는 수많은 은륜(銀輪)에 반사되어 온 다리를 가득 메워 반짝인다. 은빛축제 같다! 우리 입사동기들이 새로 받은 자전거로, 첫 출근하는 행렬이 다리위에 벌어진 것이다. 바로 형산강 다리다. 다리 아래엔 푸른 강물이 넘..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9.10.10
가을,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가을,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강길수 | 姜吉壽 그대…. 빛바랜 산문집 하나 꺼내 들었습니다. 낙엽 뒤집어 보듯, 책갈피를 뒤집고 첫 글을 열었습니다. 옛날처럼 소리 내어 그 글을 읽습니다. “…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9.08.17
성단절에 보내는 메시지 성탄절에 보내는 메시지... *** "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2,14) *** 우리 꽃동무, 마리안나! 지난 한 해 집안의 주인으로서 너무 수고 많았소. 돈과 주식 때문에 가금씩 언성 높이며 아옹다옹 알콩달콩 살아왔지만, 그 모든 것은 당신이나 나나 .. 아름답기/편지 가람 2008.12.26
11월에 부쳐 11월에 부쳐 마르첼리노……. 덧없이 또 11월이 가고 오늘이 그 마지막 날, 사방이 조용한 밤이야. 낮에 둔탁하고 큰 소음으로 고막을 괴롭히던 인근의 호텔을 노인 병원으로 개조하는 공사의 소음도 사라진 조용한 시간. 어제 간 양학동 산엔 앙상한 가지가 더 늘어나고, 연화재 부근 어느 묘역 곁을 지.. 아름답기/편지 가람 2008.12.17
깜부기 깜부기 강길수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보리밭 이랑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책보를 어깨에 둘러맨 채다. 아직 푸른 보리지만 이삭은 제법 여물어 보인다. 깜부기를 찾고 있다. 조금 지난 다음, 보리밭 가에서 아이들이 낄낄대며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두세 명은 도망가는 아이를 따라가기도 하며 장난..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8.10.28
하여가 하여가... 지구촌을 휩쓸어 버린 '자본주의'의 논리는 모든 사람의 삶을 '경쟁력'이란 올가미를 씌우고 포효하고있다. 1등만 살아남는 희한한 문명이 '만물의 영장'이 애써 일궈낸 문명이란다. 바야흐로 '정신'은 물질앞에서 힘없이 거꾸러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정신'이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만.. 아름답기/편지 가람 2008.09.20
옆자리 옆자리 강길수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마치 여태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가 확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년 봄 어느 날이었다. 기도드리며 합장한 두 손처럼 예쁘게 생긴 가운데 잎 사이로 처음 꽃자루가 비죽하게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아이처..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8.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