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 작은 개미 도회, 작은 개미 강길수 도회에 사는 작은 개미는 보도블록 틈새가 사립문이다 옆 잔디밭을 마다하고 부득부득 보도블록 밑을 집으로 삼았다 뙤약볕 아래 시도 때도 없이 사립문을 들락날락 굶주린 하이에나 되어 헤맨다 영문도, 이유도 없이 끔찍하게 태산보다 큰 인간의 신발에 밟힐 .. 아름답기/시 나라 2017.07.03
유리창 유리창 강길수 헤픈 언어의 유희 어설픈 욕망의 흔적 비겁한 행위의 기억들로 덧칠한 유리창. 진실과 착함과 아름다움의 빛만 보려 해도, 약한 믿음 희미한 희망 못 다한 사랑만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기도하는 유리창엔, 지울 수 없는 그리움 한 줌 살아낸다. ( 2012. 4. 24. ) 아름답기/시 나라 2012.05.05
당신 그리운 가을날 당신 그리운 가을날 지난주부터 양학동 등산로에 어느 맘씨 아름다운 분이 심은 코스모스가 참 아름답게도 피었어. 몇 송이 만져보고 코 대고 냄새도 맡아 보았지. 생각보단 그리 향이 나지 않았어. 마치도 무덤덤한 내 가을처럼... 무심히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내 시야의 초점엔 어느 틈에 솟아.. 아름답기/시 나라 2010.09.25
장맛비 내리는 밤 장맛비 내리는 밤 강 길 수 창 밖엔 툭, 탁, 톡, 똑, 또독, 따닥... 장맛비 굵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거리 이 산하에 무에 그리 씻을 게 있어 장맛비는 저리 내릴까 오염된 공기 오염된 물 오염된 대지 오염된 생명체... 다 씻으려고 이 밤도 내리는가 그래, 그 것만이 아니지 나의 마음에 너의 마음에 그.. 아름답기/시 나라 2007.07.07
내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내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강 길 수 내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새봄이 온다는 약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을 남풍으로 실어 갈 이는 오직 봄 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내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봄을 누리고싶어서가 아닙니다. 봄 안에서 생기를 받아내야 내가 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아름답기/시 나라 2007.01.10
그대 두고 오던 날 그대 두고 오던 날 강 길 수 그대 두고 오던 날, 쓸쓸한 가을비만 별 빛 숨은 밤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렸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서야 실존과 실존으로 만난 그대 그대 강인함 속에 피어난 애절한 한 송이 꽃 향에 나는 홀린듯 취하고 말았고 나는 수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 응.. 아름답기/시 나라 2006.10.26
코스모스 코스모스 강 길 수 가을 바다 찾아 칠포리 가는 길섶엔 코스모스 아름답게 피어 올라 여름 정열 뒤로하고 갈 바람 시린 몸짓으로 나를 부른다 가을은 모두가 시인이 된다든가 가을은 모두가 혼자가 된다든가 가을은 모두가 그리움이 된다든가 해서 코스모스는 하늬바람 저린 손짓으로 날 부른다 - 2003... 아름답기/시 나라 2006.10.03
송도 바닷가의 미리내 송도 바닷가의 미리내 그날 밤... 하늘엔 수 많은 별들이 미리내로 흐르고 송도 바닷가엔 억만의 조갯껍질 부서져 이룬 인광(燐光)의 미리내가 흘러 내 마음의 바다를 슬픔으로 채웠다. 쓴 소주 한 병 나팔 분 내 두 볼엔 소리 없는 눈물 흐르고 뒤 돌아 본 내 발자국은 인광의 미리내에 선명히 새겨지며.. 아름답기/시 나라 2006.09.22
제 야(除 夜) 제 야(除 夜) 강 길 수 마지막 타오르는 불빛처럼 찬란하게 연륜(年輪)의 황혼은 진홍(眞紅)으로 가고 앙상한 가지에 찬 바람 불어 별들의 속삭임마저 냉랭(冷冷)한 제야. 진실과 착함과 아름다움은 추억으로 윤회(輪廻)한다. 억겁(億劫)으로 누적되는 시간의 수레 속에 공간은 숙명(宿命).. 아름답기/시 나라 2006.08.15
세 모(歲 暮) 세 모(歲 暮) 강 길 수 앙상한 가지 새로 회상하는 저녁놀처럼 회전하는 연륜(年輪) 따라 가고 또 오는 너 세모이어라 일렁이는 물결위로 난무하는 백운(白雲)처럼 존재와 시공 싣고 초연히 윤회하는 너 세모이어라 세모야 냉랭한 별빛 속에 이어지는 여로처럼 네 꿈과 네 삶이 남긴 자국은 숲 속 오솔.. 아름답기/시 나라 200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