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게 뭐야?” 나도, 아내도 깜짝 놀랐다. 화장실 세면대 안에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생물 하나가 붙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오륙 년 전, 늦가을 어느 날 저녁의 일이다. 첫 순간은 얼핏 지렁이가 연상되기도 하였다. 나는 불문곡직하고 종이에 그것을 싸 들고 뒤란 작은 텃밭에 방생했다. 그곳은 단풍 든 취나물, 부추, 상추 같은 먹거리들이 아직 있었기 때문이다. 한낱 미물을, 이 정도 배려해 주는 것만도 잘하는 일이라 여겼다. 이 생명체와 우리의 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후 두세 해 더 보였는데, 그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처리했다. 방생 횟수가 늘어나는 동안, 밤이면 싸늘해질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도시 한가운데이니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이들도 있다지만,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