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동 등산로[6](장안선녀) 양학동 등산로[6](장안선녀) 강길수 선녀 같은 여인이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다본다. 해뜨는 곳 영일만 바다다. 개선장군처럼 배를 타고 돌아올 낭군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나라의 중책을 맡아 일본으로 떠난 낭군이다. 먼 야산의 낮은 산봉우리가 푸르다. 그 너머 바다는 더 푸르다. 파도치는 하얀 물..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9.03
눈물같은 가을하늘 처럼 오늘 낮, 폭우에 말끔히 씻긴 초가을 하늘은 그냥 쳐다보기엔 눈물이 어릴정도로 해맑기만 했습니다. "깨진 유리에 햇볕이 반사되어 쨍 하고 가슴이 깨어지는 아픔을 느끼게 했답니다"라고 보내온 후배의 마음이 맑디 맑은 하늘에 녹아 들어 저렇게 파랗게 눈부시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릴땐 '기.. 아름답기/편지 가람 2007.08.29
생쥐와 코끼리 생쥐와 코끼리 강 길 수 더운 어느 여름날, 시원한 바다 속에서 한 코끼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다는 제일가는 피서인지라 코끼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얼마를 지났는지 모르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생쥐의 다급한 목소리에 코끼리.. 아름답기/콩트 마을 2007.07.25
장맛비 내리는 밤 장맛비 내리는 밤 강 길 수 창 밖엔 툭, 탁, 톡, 똑, 또독, 따닥... 장맛비 굵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거리 이 산하에 무에 그리 씻을 게 있어 장맛비는 저리 내릴까 오염된 공기 오염된 물 오염된 대지 오염된 생명체... 다 씻으려고 이 밤도 내리는가 그래, 그 것만이 아니지 나의 마음에 너의 마음에 그.. 아름답기/시 나라 2007.07.07
양학동 등산로 [5](외로운 나무) 양학동 등산로 [5](외로운 나무) 강길수(姜吉壽) 그대…. 나는 지금 한 나뭇등걸 앞에 앉아 있습니다. 가지가 다 잘려나가고 죽어 둥치만 뎅그러니 서 있는 모습입니다. 젊은 날의 추억으로 인해 ‘외로운 나무’로 부르고 있는 나무지요. 오늘은 왠지 이 나무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처음 이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5.07
양학동 등산로[4] (태풍) 양학동 등산로[4] (태풍) 강길수(姜吉壽) 처음 보는 엄청난 황톳물이다. 달려드는 거대한 괴물 같다. 삽시간에 냇둑을 잘라내고 논을 휩쓴다. 어른들은 남은 냇둑에 안간힘으로 큰 나무를 베어다 대는 작업에 열심이다. 하지만, 범람하는 냇물의 힘을 막아내기엔 어림없다. 남은 둑이 뚝 잘려 나간다. 집..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3.23
요한에게 요한아! 밤이 깊었다. 공부한다고 힘들지? 너를 보현산 아래 고시원에 두고 온지도 벌써 반달이 되었구나. 그동안 몸 건강하겠지?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네 학교 고시원에 있을 때보다는 나으니 감사해야 한다고 여긴다. 집엔 아무 일 없다. 철이는 그젠가 1박 2일 출장 다녀오더니, 밀린 일 한다고 밤 1.. 아름답기/편지 가람 2007.03.17
어떤 문자메시지 어떤 문자메시지 강길수(姜吉壽) “존재의 근원, 그리고 삶의 이유! 말 되남유? ㅎㅎㅎ.” 내가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칠월 하순 한 나른한 오후, 늦깎이 국문학도인 내게 어느 후배가 느닷없이, “선배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보내온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답신이다. 밤 조용..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2.21
양학동 등산로[3] (낯선 길) 양학동 등산로[3] (낯선 길) 강길수(姜吉壽)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아래 작은 우산 하나 달랑 들고 전처럼 양학동 등산길을 나섰다.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며칠 전 휴일에 옥계(玉溪)에 가느라고 걷지 못해서 그런지 몸이 찌뿌듯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올 때만해도 비가 모자라 한산해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2.06
냉이 뜯기 냉이 뜯기 강 길 수 이월 마지막 토요일, 야외에 나갈 일이 생겨 아내와 함께 둥지를 나섰다. 돌아오는 길이다. 간선도로를 벗어나 소로를 천천히 달리며, 냉이가 있을 만한 곳을 아내와 나의 네 눈이 부지런히 찾는다. 오는 길에 냉이 뜯으러 가자고 아내와 약속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작은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0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