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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 숙제

(생태수필) 첫 쓰르라미 소리가 녹지에 윤슬처럼 일렁거린 지도 한 주가량 지났다. 작년엔 못 본 귀한 만남이 찾아온 곳이다.  사람에게 해로운 풀이 안 자라고, 찌를 가시나무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큰일나지 않을 녹지다. 작년에는 가지치기와 잦은 벌초로 이곳을 정물화같이 다듬었었다. 어쩌면, 수더분한 이 녹지가 도심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동들 마음에 푸른 생명의 숲으로 자리 잡아, 올곧은 심성을 기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새 교장선생님은 나와는 마음 주파수가 비슷한가보다. 학생들이 놀더라도 다칠 위험이 거의 없는 녹지를 그냥 자연에 맡겨 두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이 즐기려고 만든 정원이나 골프장같이 손을 댄 자연보다는, 지구가 빚어내는 자연이 인간과 뭇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터전일 테니..

망령 안개

등록일 2024.09.02 18:04                            게재일 2024.09.03   요즘, 짙은 ‘망령 안개’가 나라를 스르르 덮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햇살 내리꽂히면 사라질 존재인데도 말이다.  예전에 안개가 많이 낀 새벽길을 길게 달렸던 기억이 있다. 조금만 멀어도 앞이 안 보였다. 아는 길이어서 다행이지, 모르는 도로였다면 더 고생했을 것이다. 운전자도 일행도 안절부절못하며 안갯길이 끝나기를 빌었다. 해가 솟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모두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안개는 빛을 가려 앞을 못 보게 하거나 흐릿하게 한다. 가까운 사물도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실체가, 진실이 어떤 것인지 안개 속에서는 분간하기가 어렵다. 햇살이 돋으면 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