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편지 가람

눈물같은 가을하늘 처럼

보니별 2007. 8. 29. 12:47

오늘 낮,
폭우에 말끔히 씻긴 초가을 하늘은
그냥 쳐다보기엔 눈물이 어릴정도로
해맑기만 했습니다.

"깨진 유리에 햇볕이 반사되어 쨍 하고 가슴이
깨어지는 아픔을 느끼게 했답니다"라고
보내온 후배의 마음이
맑디 맑은 하늘에 녹아 들어
저렇게 파랗게 눈부시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릴땐 '기뻐서 운다' '새가 운다'
'좋아서 죽겠다'는 등의 우리 말의
표현법이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기뻐 웃는다' '새가 노래한다' '좋아 살 맛난다'등으로
묘사하면 어디가 덧나나?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세월은 감정이 풍부하고 여리고 예민한
우리민족의 반어적 혹은 역설적 언어표현을 이해하게 했고,
혼자만의 철학적인 해석까지 하게 했습니다.

우리들의 존재와 기쁨과 고통,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미움... 이런 것들의
불가분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어간다는 변화를 느끼게 합니다.

명랑하면서도 사랑을 '눈물'로 수용할 줄 아는
맑고 민감하고 여린 마음의 후배...
이미 후배는 '심연의 존재를 가득 품은 시인'이며
'별종'으로 주위에 보여지는 '철학자'인걸요.

이 선배는 3년전 몇개의 인터넷 중년 카페에
"마음이 닮은 이들을 찾아...'란 제목의
짧은 소개글로 회원을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고독한 군중'으로 정의되는 현대 사회에서
옹달샘물과도 같이 마음의 목을 추길 수 있는
그런 마음을 만나고 싶었다고나 해야할 이유로 말입니다.

표정만 보아도 함께 파문이 일고,
쓴 소주 한잔으로도 삶을 확인하며,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웃음이 나며, 서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실존과 실존의 만남이라고도 해야할
그런 마음을 그리워하며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내면서 그런 마음을 만난 사람은
'마음의 도장'이라고들 말하는 지구란
살아있는 푸른 행성에 태어난 보람과 행복을
찾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보니는 사춘기 소년같은 감상속에 사는 거지요?

암튼,
후배의 글이 가을하늘처럼
맑고 푸르게 맘속에 자리합니다.
어줍잖은 글을 그토록 소중하게
보아주심이 참으로 고마워요.

그래요.
우리 생의 길을 '사랑'으로 살아내기로 해요.
하여, 이 세상에 작은 사랑 하나라도
우리들로 인해 늘어난다면, 그 것은
촛불처럼 세상을 밝히고, 누룩처럼 변화시키며,
소금처럼 맛내고 싱싱하게 할테니까.

언제나 후배의 눈물을 간직하고
'사랑'으로 살아내리라 다짐합니다.

퇴고 마치면 다시 한번 같은 글 보낼게요.

사색의 가을 되어요.

8월 26일 보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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