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편지 가람

개나리꽃 새봄을 기다리며

보니별 2007. 1. 27. 01:01




마르첼리노...
어린 시절 개나리꽃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샛노란 빛의 경이로움이
지금도 내 마음의 영상에 살아있어.

개나리 샛노란 꽃잎을 보며
버들강아지 나무 꺾어 피리 만들어 불고,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 사이에 앉아 이따금씩
버들강아지를 따 먹던 시절...

그럴라치면 곧이어,
산천을 온통 분홍빛 참꽃이 수놓고
아이들은 참꽃을 꺾고, 따먹기에 시간가는 줄 몰라,
점심 거르기가 일쑤였지.

어른들은,
'참꽃 따 먹으면 문둥이가 잡아 먹는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아이들을 닥달 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않던 날들...
그런 날은 모두 입술이 시퍼렇도록
참꽃을 따 먹고, 손에 가득 참꽃을 꺾어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서던 골목길.

나의 봄은 그 때가 최고였던 것 같애.
젊은 날, 다소 쏘다닌 봄도 있었지만,
그 봄들은 지가 뭐 문학도나 철학도 라도 된 듯한
마음을 달고 다녔으니,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봄은 아니었어.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나이가 들고나니
왜 자꾸 어린시절의 그 날들이 떠오르는지...?
역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인가봐.
아님, 아직도 나는 치기어린 소년에 불과한 거지.

이제 봄은 이만큼 왔는데,
내 마음의 봄은 언제 오시려는지?
영영 오지 않으려는지?
세파의 때가 너무 많이 묻은게지.

문자 없는 편지를 왜 보냈는지
나도 설명할 재간이 없다.
그저 그렇게 보내고 싶었을뿐이야.
아마도 오시는 봄을
내 하잘 것 없는 언어로 오염시키지 말고
그대로 전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할배!'
그 어떤 단어보다 연륜의 흐름이 담박 전해온다.
그래도 마음 이편에선 '아니야!'한다.
저편에선 '그래도 세월은 간단다'하고.
그렇게 하여 '재미없는 늙은이'로 되어 간다고...?
오! 서글픈 인생이여!

논술 주제 정하기가 쓰는 것만큼이나 힘이 든다.
정해진 것이라면 잘하든 못하든 쓸텐데.
어찌 보면 이것도 욕심이지, 연습으로 하는 것이니
무엇이든 주제삼아 쓰면 될텐데 말이지.

'기쁨은 관계 속에서 온다!'고 하는데,
그런 관계가 이 새 봄엔
샛노란 개나리꽃처럼 맑게
너에게도,
또 나에게도
새롭게 오시기를 빈다.


오늘 예서 이만.

2004.2.26. -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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