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편지 가람

돈이 뭐길래

보니별 2006. 12. 14. 01:52

돈이 뭐길래 이리도
사람을 옭죄는 것인지 모르겠다.

군 제대후 포스코에 취업하고, 바로 주경야독
경영학공부를 시작했었어. 2년제 초급대 과정.
그 때 학보에 '일기 2제'란 제목으로 일기형식을 빌어
짧은 글을 실은 적이 있었지.
3제가 두렵다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마도
"현대의 영웅은 '목구명이 포도청'임을
거부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청운의 푸른 꿈이랄 건 없지만,
당시의 '포항제철'은 우리나라 최고의 일자리중에
하나라고 사회가 인정하는 분위기였지.
그런 직장을 스스로 시험봐서 들어가
공룡의 한 세포가 되고나서, 얼마 뒤 내 일기장엔
'거대한 기계의 부품과 같은 존재가 나'임을 직시하고,
어느 새 나는 매카니즘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고 봤던 거야.

옛 선비 같으면 초근목피로 연명할 지언정,
그런 짜여진 조직의 세포로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생을 거부했을 테지.
그런데 나는 그 세포의 임무에 잘도 적응해 갔었지.
꿈은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숨겨 버리고...

그래.
지금도 3제가 두렵다.
'돈 되는 일을 하라'는 꽃동무의 공개적인,
때로는 짜증스런 언어의 압력은 어떨땐 폭력처럼 들린다.
시회적인 분위기는 조직과 매카니즘의 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되레 영웅시 하고 있다.
경쟁에 이긴 자만 살아남는 자본주의의 생태가
인간을, 우리 사회를, 자연을, 지구촌을 황폐화 시키고 있어도,
그 대안은 없다는 것이 지구촌의 고민이라 여긴다.

그러니 우리 개인들은, 가장들은 기계의 부품이라도,
공룡의 세포라도 얼싸 좋으니, 돈만 벌게 해 달라는
절대절명의 숙명 앞에 던져져 있다.
이 비극을 어쩌면 좋을까?

도움되는 얘기는 못해주고, 푸념만 늘어놓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선인들의 신념을 믿고, 매순간을 열심해 보자꾸나.
하늘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가족을, 이웃을,
일을 사랑하며 살아내 보자꾸나.
그러면 하늘에 계신 그분께서 응답을 주실테니까.

이제 이 해도 스무날을 못 남겼네.
흐르는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는 아무 변화도 없이
갈 뿐이지만, 인간들이 그 것을 나누어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맞추어 살고 있으니,
우리도 다시 옷깃을 여미며 이 해를 보내고,
새 해를 꿈꿔야겠지!

그럼 이 밤,
좋은 꿈 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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