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편지 가람

가을 별빛으로 부치는 편지

보니별 2006. 9. 2. 00:43
 
    가을 별빛으로 부치는 편지... 강 길 수 그대... 군에서 제대하고 첫 직장에 입사할 때까지, 약 한해를 나는 고향에서 농사를 거들며 보냈어요. 그 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집 가까이에 있는 우리 작은 과수원에 원두막용으로 지은 작은 외딴 방에서 젊은 총각 혼자 지냈지요. 과수원을 지킨다는 명목이었지만, '알퐁소 도데'의 '별'을 좋아했던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밤 하늘의 별과, 밤의 서기와, 낮엔 느낄 수 없는 밤 생물들의 소리와 생기를 느껴 보고싶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주 가끔씩은 이웃 동네 총각 처녀들이 저녁에 놀며 먹을 자두나 능금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밤은 혼자서 밤하늘과 별과 달, 그리고 느껴오는 온갖 생물들의 생기와 들리는 소리를 벗하며 보냈지요. 그대... 여름은 여름으로써, 가을은 가을로써의 모습과 향과 느낌이 달랐어요. 폐부를 관통할 듯이 상쾌한 가을밤 공기를 마시며 막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밭이랑을 걷노라치면, 하늘엔 그리도 맑은 별들이 보석을 뿌린듯이 찬란했지요. 오! 살아있음의 기쁨이여... 가을 밤하늘의 별과 유성과, 소슬바람과 맑디 맑은 공기, 익어가는 홍옥과 온갖 풀들의 내음, 그리고 이름 모르는 풀벌래들의 청아한 합창소리.... 이 모든 것과 함께 여기에 존재하는 내 존재의 행복이여... 저 별들도 우리가 사는 이 행성과 비슷한 한 생의 운명을 타고나 저렇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내겐 별 하나에 꿈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이별과, 별 하나에 영원을 담는 별로 보였고 또 마음을 주고 받았지요. 가을 별과 나, 가을 별과 너 그리고 가을 별과 우리... 그대... 그래요. 별을보면 그대를 생각하겠어요. 내 마음을 저 별빛에 실어 그대에게 보낼 수도 있고, 별빛에 실려오는 그대 마음도 느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밤은 유난히도 가을 별이 빛나오. 2003. 10. 20. - 보 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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