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편지 가람

철이에게

보니별 2013. 6. 29. 01:48

 

 

 

 

 

 

                 철이에게

 

 

  우리 둘째 아들이자 막내 철아!

이제 사흘만 지나면 너희 결혼식이 있는 날이구나.

 

  그동안 가족 누구보다도 심신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네가 이 아비는 든든했다. 결혼문제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당사자들이 거의 다 하는 너와 진영이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었다. 시대가 변한 건지, 너희들이 사이좋고 열성적이어서인지 간에 보기 좋았다.

 

  결혼하는 너에게 아비가 무언가 도움 될 얘기를 해 주어야 할 텐데, 막상 자판을 마주하고 보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너와 네 형은 너희 어머니와 아비가 하는 결혼생활을 함께하며 자라났다.

 

  거울은 무엇이든 비춰 볼 수 있듯 너희 부모인 우리 부부가 너희의 거울이 되었어야 했는데, 되돌아보면 그러지 못했다싶다. 늘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급급했던 삶을 너희들에게 보이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총각 때 살던 블록집 단칸셋방에 차린 신접살림이었으니 그럴 법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리 가난해도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꼭 보여주어야 할 모범이 있어야했다 싶다.

 

  아비는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주어야 할 본 즉, 삶의 모습은 한가지로 요약된다고 여긴다. 그 것은 오로지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일’이다. 너와, 진영이가 창조할 너희 새 가정이 ‘꿈을 꾸는 집’이 된다면 너희의 삶은 곧 ‘행복’이 보장된다고 말해주련다. 사실 세상을 행복하게 산 사람들은 꿈을 이루며 살아낸 사람들임을 나와 너는 물론 모든 사람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동의할 것이다.

 

  다음으로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가족 간 대화의 기술을 늘 연습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작은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상하기도 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며 산다. 가족이라고, 부부사이라고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않고 말한다면, 바늘구멍으로 물 새듯 작은 행복이 하나 둘 빠져 나가고 마는 것을 아비는 체험하였다.

 

  그다음으로 부부가 해야 할 일은 ‘가정을 서로 쉬는 곳으로 가꾸어라’ 하는 말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이 그날의 상처를 가정에서 서로 치유 받고, 내일을 위해 서로 원기를 회복하는 집으로 만드는 일, 그 것이 바로 행복이라 말하겠다. 그 방법은 너도 아 듯이 바로 대화로 소통하는 것에 있다싶다.

 

  또한 네가 꼭 유의해야 할 일은 바로 ‘가족의 건강’이다. 사실 사람의 행복은 ‘건강’에 담보되어 있음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요즈음 건강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도 큰 병원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과 잠, 그리고 조기 진료로 건강은 요약된다 싶다. 너희 부부가 건강문제도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산다면 늘 건강한 가정이 꼭 될 것이다.

 

  끝으로 가정, 나아가 사람의 행복한 삶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사랑’이다. 너희 가정을 너희 부부가 ‘사랑의 집’으로 꾸미고 가꾸어 나아간다면 건강과 부, 명예 등 너와 네 가정이 꾸는 어떤 꿈도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좋은 열매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셨음을 너도 잘 알고 있듯이 말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네가 자라나며 보고 느낀 아비와 어미의 결혼생활에서 본이 되지 못할 일들은 도리어 네가 가정을 꾸리는 데는 더 나은 길을 찾는 거울로 써서, 되레 도움이 되도록 애쓰기 바란다.

 

  할 말이 끝도 없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예서 이만 줄인다.

 

  우리 철이와 진영이가 꾸리는 새 가정에,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사랑의 은총 가득히 내리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아비와 어미, 우리 가족의 축복도 함께 보낸다.

 

 

                             이천 십 삼년 유월 스무이레

 

                                                                       아비 씀.

 

 

 

 

 

 ** 아래 글은 상견례날의 느낌이다 **

 

 

 

 

                       철이의 상견례 날에

 

 

  2013년 2월 16일 19시.

난생 처음, 우리 둘째 철이의 ‘상견례’에 참석하였다.

 

  시내 모처의 음식점이다.

며느리 될 진영이네 집에서 부모님과 당사자 합해 세 명, 우리 집에서는 네 명 모두가 참석하였다. 진영이 남동생은 일 때문에 못나왔다. 우리 맏이 걸이는 동생이 먼저 장가가게 되어 멋쩍을 텐데도 참석해 축하해주는 마음이 사내답고 고마웠다.

 

  인터넷을 통해 상견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갔다. 말 그대로 서로 만나보는 예를 나누는 자리이므로 진심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두 집 다 예정시간에 도착하여 함께 자리를 시작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오갔는지, 마치 전에부터 알아온 사람들처럼 금방 자연스런 분위기가 되었다.

 

  며느리 될 진영이가 아버지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라든가, 보기보다는 활달해 보이는 점이 좋아보였다. 사돈어른 될 진영이 아버지는 소탈한 분이었고, 어머니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적극적인 면이 있어 보여서 좋았다.

 

  소주잔을 나누는 사이 진영이 아버님과 나는 ‘사돈’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오가게 되었다.

내가 사돈어른부터 참석자 모두가 한마디씩 말하도록 권하여 그렇게 하였다.

 

  결혼 날자는 아이들이 비수기(6월 이후)가 저렴하여 희망한다는 의견만 개진하고, 날 받는 일은 진영이네 댁에 위임하였다.

 

  우리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말하며, 약 두 시간에 걸친 상견례 만찬은 끝났다.

 

  아이들 말처럼 나도 ‘이제 둘째 철이가 결혼하는 구나!’하는 실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두 당사자들이 서로 좋아하니 참 좋았다.

 

  본인들은 물론, 양가의 모든 가족들이 새 출발하는 두 젊은이가 서로 사랑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좋은 인연은 결코 운명이 아니고, 서로 만들고 다듬고 갈아서 빛나게 하는 일임을 두 아이들이 깨닫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창조주 하느님!

새 출발 하는 연철이와 진영이의 가정이 행복을 창조하는 집이 되게 이끄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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