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엑소더스 지난 달 28일 오후, 일 없는 주말이면 가는 양학산(낮은 변두리 야산)에 갔습니다. 갈 때마다 제겐 습관이 되어버린 새들과의 작은 나눔이 있습니다. 그날도 옹당이에 새들이 마실 물을 나누어 주러 갔었지요. 소나무 재선충에 죽은 소나무를 베어 잘라 살충제 처리를 한 후, 두꺼운 가빠로.. 그대로이기/생각 2016.06.22
새봄, 오솔길에서 새봄, 오솔길에서 강 길 수 마르첼리노. 어린 시절, 이른 봄날 도랑가 오솔길. 개나리꽃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샛노란 빛의 경이로움이 지금도 내 마음 영상에 살아있어. 도랑가엔 흐드러지게 개나리꽃 샛노란 빛의 축제가 벌어졌지. 그 아래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 사이 돌에 앉아 버들강..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04.03
박새의 응답 박새의 응답 강길수 가빠무덤 앞을 서성인다. 돌아오는 길엔 주인공을 만날까. 주인공이 와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텔레파시메시지를 온 숲으로 내보낸다. 기다림이 벌써 여덟 달을 넘어선다. 그러나 번번이 만나지 못했다. 비록 한 주간에 한 두 번씩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마실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01.25
파견 파견派遣 강길수┃姜吉壽 땅거미가 붉은 서녘 햇빛을 블랙홀인 양 빨아들였다. 어둡다. 세상은 희미한 윤곽만 드러낸다. 아내를 차 안에 두고 혼자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반쯤 갔을까. 갑자기 웬 비명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깜짝 놀랐다.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가슴이 쿵덕댄다. 다음 순..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12.19
가빠옹당이 가빠옹당이 강길수┃姜吉壽 서둘러 집을 나섰다. 가빠옹당이가 궁금해서다. 팔월 초순, 오후 다섯 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후끈 덮친다. 산 초입이다. 아파트 공사판에 가려고 순번을 기다리는 레미콘트럭이 매캐한 가스를 내뿜는다. 가스를 덜 마시려 가파른 임시..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12.05
똬리 똬리 강길수 |姜吉壽 작은 물방울이 포르르 날린다. 어머님 제삿날, 고향집 주방 앞 수도꼭지다. 물방울 앞으로 그 옛날, 물자배기를 인 젊은 어머니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어머니 얼굴 앞에 자배기의 물이 조르르 넘쳐 흘러내리며 물방울 되어 흩날린다. 어머니는 자배기 밑..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07.17
잔인한 사월(3) 잔인한 사월(3) 올해 이곳에는 벚꽃이 삼월에 피었다. 사월이 잔인해서였을까. 내겐 벚꽃이 사람들의 잔인한 사월을 피해 피어난 것만 같았다. 얼마 전부터 벚꽃이 지고 난 꼭지들이 죄다 봄비와 함께 떨어져 많이도 누워있는 보도를 따라 걸으며 출퇴근을 하였다. 신발 밑으로, 핑크빛을 .. 그대로이기/생각 2015.04.28
얼굴 레이저 청소 얼굴 레이저 청소 2015년 1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31일 토요일... 아마도 10년 이상을 버티다가 아내에게 또 진 날. 내 얼굴을 레이저 청소기(?)로 청소를 한 날이다. 1년 전, 보이지 않는 아내의 힘에 못이겨 남부시장에 있는 병원에 얼굴 점과 검버섯을 제거하는 수술(?)을 알아보러 갔었다. .. 그대로이기/생각 2015.02.21
가빠무덤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기 전 등산로 초입의 모습> 가빠무덤 2014. 시월 둘째 토요일 오후. 궁금증에 빨리 양학산을 향해 집을 나선다. 저 지난 주 만났던 귀여운 박새를 오늘 또 만나기를 바라면서……. <아파트 공사가 시작될 때의 등산로 초입의 풍경> 남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 그대로이기/느낌 2014.11.01
아름다운 정경 아름다운 정경 2014년 4월 26일. 오월의 길목에서 두 주만에 양학산에 갔다. 어느 새 자연은 신록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상수리나무들이 연록바다를 연출하고, 비록 송홧가루의 기습으로 연록 새 나뭇잎들이 황색으로 채색되어 있어도 아름답기만했다. 무엇보다 몇해 전 한 벗과 .. 그대로이기/느낌 201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