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느낌

아름다운 정경

보니별 2014. 6. 28. 22:29

 

 

 

 

 

아름다운 정경

 

 

2014년 4월 26일.

오월의 길목에서 두 주만에 양학산에 갔다.

어느 새 자연은 신록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상수리나무들이 연록바다를 연출하고,

비록 송홧가루의 기습으로 연록 새 나뭇잎들이 황색으로

채색되어 있어도 아름답기만했다.

 

무엇보다 몇해 전 한 벗과 이름을 지은 '비스킷나무'가

작년보다 더 튼실하고 많은 흰 꽃을 피워내고 있는

자태가 예뻤다.

 

 

설대나무 사는 곳에서 길을 내기위해 잘라낸

작은 설대나무 하나 골라들고 산보를 계속했다.

 

 

오랜만에 첫 운동사설이 있는 곳을 반환점으로 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 앞에 한 외국인이 아이와 함께 무슨 이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갔을 때, 나는 아름다운 정경을 목격했다.

 

세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조금 멀리서 보아도

이미 엉덩이가 흙이 떰뿍 묻어 있었다.

한눈에 아빠와 아들 사이로 보였다.

두 사람은 무얼 만들면서 아빠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아이는 들으며 질문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갔을때,

두사람은 사람들이 밟아 먼지가 폴폴 이는 소나무 갈비로

새의 둥지를 만들고, 그 안에 솔방울 너댓개를 새 알 삼아 넣고 있었다. 

아빠는 새의 집을 열심히 아이에게 자연 재료를 실습도구 삼아

만들고 보여주고며가르치고 있었다.

 

내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 했을때,

젊은 아빠는 역시 서툰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하고 받았다.

나는 '어! 새집이네요!'하고는, '뷰티플!'하였다.

아이는 뒤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아이의 모습으로 볼때 어며니는 한국인으로 보였다.

아이, 아빠 할 것없이 손과 옷은 산의 흙먼지 범벅이 되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아버지와 자식의 교감, 사람과 사람의 사귐과 나눔,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

선진국의 조건, 인간과 그 공동체가 가야할 행복의 길을

모두 다 한순간에 만난 기분이었다.

 

다 장성한 우리 아이들이지만, 이 이야기를

아이들과 장차 태어날 손주들을 위해 꼭 해 주고싶다.

 

사진 한 장 못남긴 것이 아쉬워도,

 마음의 행복 메모리방에 저장되었으니

자주 꺼내 행복을 가꾸는 도구로 삼으련다.

 

 

- 2014. 4. 26 오후 양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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