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기 전 등산로 초입의 모습>
가빠무덤
2014. 시월 둘째 토요일 오후.
궁금증에 빨리 양학산을 향해 집을 나선다.
저 지난 주 만났던 귀여운 박새를 오늘 또 만나기를 바라면서…….
<아파트 공사가 시작될 때의 등산로 초입의 풍경>
남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본 등산로 있는 양학산 초입의 풍경이다.
작년이맘때만 하더라도 고가교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었다.
실은 지금도 있지만,
그 앞에 인간의 욕구로 지어지는 아파트가 산 병풍을 가로막아 섰다.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는 높아진다.
왜 바벨탑이 여기서 생각날까.
<아파트 공사가 진행중인 현재의 등산로 초입 일대의 풍경>
그나마 산 왼쪽 능선과 오른쪽의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봉우리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지어지는 아파트 를 뱅 둘러 높은 철판 담벼락이 만들어져 있다.
공사판 격리 울타리다.
등산로 초입에 산등성이를 따라
자른 서까래 굵기의 통나무로 만든 계단은
공사지로 편입되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철판 담벼락으로 가려졌다.
그 오른쪽 옆에 임시로 철제 구조물위에 설치된
가파른 나무계단을 밟고
사람들은 힘들게 양학산을 오르내린다.
원래 있던 통나무 계단이 그립다.
공사판에 가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레미콘트럭이
내 뿜는 배기가스를 마시며
가파른 나무 계단을 빨리 오른다.
정자가 있는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
의자 두 개가 있는 두 번째 봉우리도 통과한다.
드디어 세 번째 봉우리가 보인다.
걸음이 빨라진다.
마치 비가 맞아서는 안 될 귀한 것이라도 덮은 듯 녹색 두꺼운
가빠(두꺼운 천막) 무더기 세 개가 보인다.
제일 위에 있는 것이 내가 찾는 가빠 무더기다.
이런 무더기는 사실 재선충으로 감염되어 죽은
소나무의 육신을 숨기려
사람이 만든 무덤이다.
이 산에는 이런 무덤들이 많다.
남은 소나무가 사람의 방제 활동으로
무사히 제 생을 다 살았으면 좋으련만,
방제작업 후에도 새로 죽은 소나무들이
이곳저곳 붉은 잔해를 드러내고 있다.
드디어 그 가빠무덤에 도착했다.
그러나 박새는 보이지 않는다. 물이 다 말랐나보다.
가까이 가 보았다.
물은 다 마르지는 않고 소나무 낙엽아래 조금 있었다.
다행이다.
그러니까 2주 전,
늘 가던 등산코스를 따라 돌탑 있는 곳으로 걸었다.
두 번째의 가빠무덤을 지나 세 번째 곁에 갔을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가빠무덤 귀퉁이에서 급하게 포르르 날아올랐다.
나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지나쳤다.
새가 다시 가빠로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돌탑을 지나 반환점을 돌아 다시 돌탑을 지나 내려오는 길이었다.
막 그 가빠 무덤 옆에 당도 했는데,
이번에는 작은 새 두 마리가
가빠무덤 귀퉁이에서 급하게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나는 사오 미터 지나쳤다.
아무래도 이상해 발걸음을 되돌려 가빠 무덤에 가
새가 날아오르는 부위를 살폈다.
이게 웬일인가!
가빠 무덤귀퉁이가 접어져 울면서
아주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비가 오며 거기에 빗물이 고였던 것이다.
그 물로 작은 새는 갈증을 풀고 있었다.
나는 물병에 남은 물로 가빠웅덩이가 가득 차도록 물을 부었다.
그리고 올 때마다 나의 물을 나누어 주리라 마음먹었다.
아마도 새들은 무척 고맙게 내 물을 마실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새의 종류를 검색해 보니 내가 만난 새는 박새였다.
그러지 않아도 이 산에 사는 새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내 작은 도움이 박새가 사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랐다.
소나무들이 청천벽력 같이 재선충의 기습을 당해
아깝게 요절한 가빠무덤…….
그 무덤 한 귀퉁이에 가빠가 울면서 생긴 아주 작은 웅덩이.
조롱박 바가지 물보다 적게 고인 물을 식수로 발견한
박새의 기쁨은 얼마나 컸을까.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웠다.
내 작은 마음이 그 기쁨에 보탬이 되고,
박새 가족이 살아내는 힘이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 만남에 나를 이끌어 준 하늘의 그분께도 고마움을 드린다.
아울러, 귀한 기쁨을 선물해준 귀여운 박새야!
너도 고맙다.
우리가 조금만 자연과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면,
이런 소통과 기쁨도 맛보며 살아낼 수 있는 것을…….
- 2014.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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