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느낌

깜짝 이벤트

보니별 2012. 3. 6. 02:18

 

 

 

 

 

 

 

 

                               깜짝 이벤트

 

 

  “소장님, 이리 좀 와 보셔요!”

 

  오늘 오후 두시쯤 밖에서 점심을 먹고,

친구 사무실에 들러 잠시 볼일을 본 다음 사무실로 돌아와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한 여직원이 회의실로 들어가며 건넨 말이다.

 

  “ 뭐 먹을 거라도 있어요?”하며 닫힌 문을 열었다.

 

  “ 어! 웬일인데?”

들어서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탁자 위에는 작은 생크림케이크에 촛불이 밝혀져 있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를 태세였다.

 

  지난 1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공휴일이라 오늘 축하자리를 마련했다는 부연 설명이었다.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호적상 생일이었는데…….”

 

라고 겸연쩍어하며 감동하고 말았다.

 

 

 

 

  축가를 부르고, 촛불을 끄자, 즉석 생일 파티가 벌어졌다.

 

 

 

 

  꿈에도 생각 못한 행복한 시간을 잠시 보냈다.

 

  양력 3월 1일은 호적상, 아니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내 생일이다.

그러니까 올해는 지난 주 목요일, 공휴일이었다.

  그 날 아침상에 미역국이 올랐기에, 아내가 알고 끓인 줄 알고

  “ 내 호적생일인 줄 알고 있었네?!”했더니,

  “ 처음엔 무심코 미역국을 시작했는데, 끓이다가 생각이 났어요.”라 했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그날 아침을 먹은 후, 호적생일은 까마득히 잊었었다.

 

 

 

 

  이런 깜짝 이벤트축하를 받아 본 건 너무 오랜만인 듯하다.

 

행복은 결코 카알 붓세가 절망한 ‘산 너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임을 또다시 절감한 이벤트였다.

 

 

 

 

살아가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작은 호의를 베푸는 것을

너무나 게을리 해온 삶을 반성하며,

호적상 생일에 또 하나의 ‘살맛’을 선물해준

정숙, 미라, 연정 세 직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미라가 사진 찍느라 한 컷도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쉽다.

 

 

                      (201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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