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느낌

머위와 아카시아꽃

보니별 2010. 5. 24. 14:29

 

 

                               

 

 

                                    머위와 아카시아꽃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어머님의 기일이어서 고향에 갔다.

간 김에 야채로 먹으려 산골짝에 난 머위를 베고,

꽃술 담그려 양지바른 산기슭에 핀 아카시아 꽃을 땄다.

 

예전 같았으면,

울창한 숲속 골짜기 무공해 머위와,

복스러울 만큼 복슬복슬한 무공해 아카시아 꽃을 운 좋게 얻었다고

좋아라만 했을 텐데,

오늘은 슬프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먼저 머위와 아카시아에게 전했다.

 

내가 살기 위해,

이토록 싱싱하고 푸른 머위 대궁과 잎들을,

저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아카시아 꽃들을

희생시켜야하기 때문이었다.

 

먹으며 산다는 것은,

참 잔인하고도 거룩한 것이란 진실을,

오늘 또,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만나고 느낀 하루였다.

 

 

 

2010. 5. 21.

 

'그대로이기 >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아름다운 마음  (0) 2012.04.03
깜짝 이벤트  (1) 2012.03.06
삶은 아름다워라  (0) 2009.12.16
작은 새와 솔방울  (0) 2009.01.28
운동장에서  (0) 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