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름다워라
(나래반 한자 수업을 마치고…)
2009년 10눨 28일 수요일…
일곱 살짜리 어린이집 아이들
스물네 명에게 둘러싸여
아이들도, 나도
눈물이 글썽이던 날이었다.
올해 3월,
지인의 권유로 갔던 한 사회단체에서
스무 시간의 교육을 받은 다음,
어린이집 한자지도를 소개받았었다.
한 달에 5회의 어린이 한자지도를 하고,
얼마간의 강사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지난4월 첫 수요일….
내가 간 곳은 집에서 걸어 5분 거리도
안 되는 꽤 큰 어린이 집이다.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라곤, 총각시절
잠시 성당의 주일학교에 적을 둔 것이 전부였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으로
그냥 용감하게 부딪쳐 보기로 했다.
어린이 집 제일 위층의 넓은 놀이방에
상기된 마음으로 처음 들어섰다.
‘나래반’이다.
스물네 명의 일곱 살짜리 남자와 여자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처음으로 나타날
한자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재라고는 사회단체에서 빌려준
어린이용 한자 플래시카드 두 종과,
걱정이되어 서점에서 산
그림 한자 사전이 다다.
아무튼,
첫 인사를 하고,
플래시카드와 작은 화이트보드를 사용하여,
첫 한자 배우기 시간을 어떻게
보낸지도 모르게 끝냈다.
20여분의 시간인데도,
내겐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작하며 맛보인
‘군번줄에 링 걸기 마술’은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었다.
두어 달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어린이집 교사가 내게
‘창의성있는 교육'을요구하였다.
어린이집의 의사(意思)였다.
난감했다.
붓글씨로 한자를 굵고 크게 직접 쓴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손에 드는 작은 한자 카드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자기 한자 말하기를 하기도 하고,
카드에 적힌 한자 유래를 간단한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기도 하면서,
공부 시간을 메워 나아갔다.
시간은 강물처럼 소리 없이 잘도 지나갔다.
벌써 일곱 달이 지나,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할까?’하고
궁리하다가, 물질적 대가성이 판치는 세상에
동조하는 것만 같아,
선물은 그만두기로 했다.
평소와 다름이 없이 수업하고,
아이들에게 도움 될 인사말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벌써 시작할 때 아이들은 마지막 시간임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는
‘꿈꾸는 어린이’입니다!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
우리 모두 꿈을 꾸어요! 알겠죠?“
“예!”
하고 수업이 끝났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않은 것이,
못내 미안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은지를 불러내었다.
은지는 학 모양 편지 묶음 하나를 꺼내더니,
표지 바로 뒷면에 있는 자기의 편지를
낭랑하게 읽고는,
나에게 주었다.
스물 네 명의 고사리 손들이 정성들여
만든 작별 편지들이다.
은지는 편지를 이렇게 썼다.
“한자 선생님께
한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자 선생님, 그동안 힘들게.
저희한테 한자 배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재 않 오니까 썹썹해요.
그치만 한자를 배우고 했는데, 그래도 썹썹해요
한자 선생님 그리고 정말 고맙고 좋고 사랑해요.
은지 드림 ♡ 學
(원본에 ‘學’자는 사진처럼 하트 안에 쓰여 있음)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래반 친구들!
꿈, 꿈을 꾸어라! ’
그리고 느꼈다.
‘삶은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