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양학산 입구의
수양버드나무에
연녹 봄은 또 오고 있다.
두세평이나 될 작은 밭엔
짐승이 먹지 말라고 거물망이 둘러 쳐졌고
그 안엔 보리싹이 봄내음을 맡아 초록으로 빛났다.
작은 밭 옆엔
개발의 전조로 지질을 검사한 장비가
무지막지한 발자국을 남겼다.
다행히 굴삭기를 피한 한 켠엔
인동초도 새봄맞이를 저렇게 고귀하게 하고 있고...
찔레나무도 새순을
곱게 하늘로 피워내고 있다.
검은 차양막으로 둘러쳐진
한 평정도 될까말까 한 작은 미나리깡엔
돌미나리도 봄 기지개를 켠다.
사람이 폴짝 뛰어 건널 정도의
오솔길 옆 작은 웅뎅이.
이곳에 작년에는 팔지같은 비단개구리알 뭉치가 많이도 있었는데...
올해는 두 주 전인가 처음 보았을때, 서너개가 전부였다.
오늘은 두 개가 보이는데 부화한 올챙이는 보이지 않고
빈 껍질만 저렇게
3월을 보낸다.
몇 년 전 태풍에 쓰러져
생을 마감했을 법한 나무의 잔해는
이렇게 스러지며
자신을 미생물과 애벌레와 딱다구리의 밥으로 내어주고
마침내 자연으로 환원된다.
돌아온 나무의 밥을 먹고
소나무와 생강나무와 모든 생명들은
이렇게 푸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요즈음 이곳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중의 하나가
간간이 이런 어린 소나무를 만나는 일이다.
네다섯 해 전부터 청설모가 많이도 이 숲에서 살며
익지도 않은 솔방울들을 죄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걱정했었다.
하고 보니 근자에는
청설모가 줄어 든 느낌이다.
누가 뒤집어 놓은
무른 돌판에는 살기 위해 다닥다닥 달라붙은
작은 뿌리들의 절박함이
차라리 처절해 보인다.
삶은,
저토록 치열하기에
고통도, 괴로움도 버텨내며
대를이어 지구촌을 살아간다싶다.
이 작은 구멍속에서
딱다구리는 벌레를 잡아먹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살아내겠지...
2013 3월은 이처럼...
나에게,
우리에게
오고,
또
가고 있는 것일까.
(2013. 3. 26.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