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하늘바라기, 웃다 / 강길수 [수필대전 수상작] 은상-하늘바라기, 웃다 / 강길수 2018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2018.10.17 갑자기 해안 길로 가고 싶어졌다. 바닷가 길섶에 핀 보랏빛 쑥부쟁이안테나의 손짓 때문인가. 칠포마을 좁은 내리막을 조심스레 달려, 다리 건너 왼쪽 언덕을 돌아선다. 기다린 듯, 곤륜산 푸른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8.10.17
자귀나무 자귀나무 강길수┃姜吉壽 등산길 어귀, 고가도로 밑을 돌아 오를 때는 어쩐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언제부턴가 그랬다. 예전에 이곳을 지날 때는 까닭 모르게 기분이 좋았었다. 그때보다 인도와 차도가 잘 정비되어 더 깔끔해 졌는데도 왜 그럴까. 가만히 되돌아 생각해본다. 맞아. 바로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8.06.08
오월의 길목 오월의 길목 강길수(姜吉壽) 처음 보는 광경이다. 과자들이 춤을 추다니. 과자들의 춤사위가 신기해 금방 관객이 되고 말았다. 노란 과자들이 명지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며 노래를 시작한다. 가사는 이와 같으리라.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보소. 묻지 마오, 묻지 마오, 그 모..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7.06.27
밥, 성체성사 밥, 성체성사 강길수姜吉壽 초원에서 얼룩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롭다. 한쪽 키 큰 풀숲 속에서는 사자가 호시탐탐 망을 보고 있다. 잠시 후, 사자는 몸을 바짝 낮춘 포복자세로 숨어 살금살금 얼룩말떼에 가까이 다가간다. 얼룩말들은 아직 사자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사..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12.12
군불 군불 강길수┃姜吉壽 버턴 하나 누른다. 곧 팬 도는 소리가 주방 쪽에서 들린다. 격세지감이 든다. 손가락 동작 하나가 지난 날 그 많던 수고를 대신하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한데, 웬일로 버턴 누르던 손 너머로 고향집 아궁이들이 아련히 나타날까. 마음은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12.09
새봄, 오솔길에서 새봄, 오솔길에서 강 길 수 마르첼리노. 어린 시절, 이른 봄날 도랑가 오솔길. 개나리꽃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샛노란 빛의 경이로움이 지금도 내 마음 영상에 살아있어. 도랑가엔 흐드러지게 개나리꽃 샛노란 빛의 축제가 벌어졌지. 그 아래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 사이 돌에 앉아 버들강..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04.03
박새의 응답 박새의 응답 강길수 가빠무덤 앞을 서성인다. 돌아오는 길엔 주인공을 만날까. 주인공이 와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텔레파시메시지를 온 숲으로 내보낸다. 기다림이 벌써 여덟 달을 넘어선다. 그러나 번번이 만나지 못했다. 비록 한 주간에 한 두 번씩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마실 ..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6.01.25
파견 파견派遣 강길수┃姜吉壽 땅거미가 붉은 서녘 햇빛을 블랙홀인 양 빨아들였다. 어둡다. 세상은 희미한 윤곽만 드러낸다. 아내를 차 안에 두고 혼자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반쯤 갔을까. 갑자기 웬 비명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깜짝 놀랐다.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가슴이 쿵덕댄다. 다음 순..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12.19
가빠옹당이 가빠옹당이 강길수┃姜吉壽 서둘러 집을 나섰다. 가빠옹당이가 궁금해서다. 팔월 초순, 오후 다섯 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후끈 덮친다. 산 초입이다. 아파트 공사판에 가려고 순번을 기다리는 레미콘트럭이 매캐한 가스를 내뿜는다. 가스를 덜 마시려 가파른 임시..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12.05
똬리 똬리 강길수 |姜吉壽 작은 물방울이 포르르 날린다. 어머님 제삿날, 고향집 주방 앞 수도꼭지다. 물방울 앞으로 그 옛날, 물자배기를 인 젊은 어머니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어머니 얼굴 앞에 자배기의 물이 조르르 넘쳐 흘러내리며 물방울 되어 흩날린다. 어머니는 자배기 밑.. 아름답기/수필 누리 201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