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1.01.13 20:01 게재일 2021.01.14 몇 해를 망설였다. 일을 미루는 버릇이, 삶에 큰 마이너스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불치병처럼 고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자신뿐 아니라, 한 생명에게 큰 잘못을 하고 말았다. 접이식 작은 톱을 들고, 몇 년 동안 미루던 일을 하러 간다. 그 생명 앞이다. 낮은 밭둑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던 터라, 제법 늠름하다. 행사 때 묵념하듯 속말로 사전 고해성사를 한다. “소나무야, 미안하다. 이제 더는 너를 여기에 둘 수 없구나. 어릴 때 옮겨 주지 못해 더 미안하다. 부디, 다음 생은 좋은 곳에 자리 잡으렴….” 사람이라면 아동기에 해당할 소나무다. 밑동 둘레가 두 손으로 움켜잡으면 굵기가 조금 남을 정도로 컸다. 밑동에서 허리춤 정도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