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생각

침묵하는 다수

보니별 2009. 6. 6. 02:54

 

 

 

 

 

            침묵하는 다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14일이 지났다.

  때마침 현충일이다.

 

  비극이다!

  그 이후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숨통을 죄여오듯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하여, 국민장 기간도 지나고 며칠 더 되었으니,

  이 비극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고싶어졌다.


  나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한참동안 망연자실하는 슬픔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형태의 크나큰 비극이다.

 

  나는 그 이튿날 양산 통도사에 지인들과 갔다가,
  그 곳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을 하고 왔다.
  일본에서 일시 전시를 위해 우리나라에 온
  700년 전 '고려수월관음도'를 보러 간 길이었다.

 

  가신 분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스스로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졌겠나?' 하고 동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대통령까지 한 분이
  너무 극단적 행동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더구나, 정신적 지주라는 신부님으로부터
  영세 받은 사실까지 있는 분이...

 

  어떤 이는 대통령를 지냈기에, 보통사람은
  상상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정신적인 부분이
  있어,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긴 유서의 내용을 여러 번 유심히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일개 서민인 나의 상식에 비춰 보면, 그 분의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를 참으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선, 남겨질 부인과 가족, 친지들이 살아가면서
  처할 삶을 제대로 헤아려 보았을지 알 수 없다.


  다음으로, 자신을 경호하는 경호관들이  받을 고통과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다음으로, 어떤 목적에서든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받을 상실감과,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과연

  염려해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으로 뒤따를 정치, 사회, 국가적
  파장에 대해서 어떻게 고려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마지막으로, 투신 서거로 우리 국가사회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생명 가치관에 끼칠 '자살 신드롬' 같은

  악영향을 한번 따져 보았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국민장 기간이 지났어도, 그분의 고향 봉하마을과

  서울의 대한문앞에서는 조문행렬이 계속된다한다.

 

  그분의 서거를 다룬 온라인상의 글들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근거도 없이 '유서 조작설'까지 들먹이며

  막가는 언어의 편가르기 전쟁들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외면하고,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자기쪽의 이해득실만 따져서,

  신물나는 편가르기 정치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성을 대표한다 할 수 있을 

  일부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시국선언을 하여,

  사회의 편가르기를 돕고 나선다.


  수사를 총 지휘하던 검찰총장도 사퇴하고,

  그 후의 말들이 분분하다.

  경찰에서는 대규모 시국시위나 투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많이도 걱정하는 듯 하다.

 

  그러나,

  침묵하는 가슴 답답한 다수의 국민들,

  가신 분이 표방하고 좋아했다는 서민들은

  이 비극에 대해서,

  과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위에서 말한

  나와 같은 의문들을 가질까?


  그분을 정말 아까운 서민의 대통령,
  민주화의 기수로 마음에 간직할까?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라 해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조문 온  사람들을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조문도 못하고 돌아서게 한 일이나,
  국민장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는 정중한 자리에서
  현직 대통령의 분향, 헌화에 소리를
  지르며 소란 피워 국제적 망신살을 뻗치고 만
  행태를 보인 일 등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직 대통령이 돈의 비리에 연루 되었다는
  의문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방식과,

  현정권에 대해서는 또 어떤 마음을 가질까?

 

  우리네는, 우리 사회는

  왜, 어찌하여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타협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지만,

  이 슬픈 비극앞에서 모든 것 내려놓고,

  이제는 그분을 편히 보내드려야 겠다.


  남은 우리들

  특히, 정치권과 운동권의 사람들은
  반목과 질시, 미움, 갈등, 투쟁, 분열 등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폭력적인
  행태는 이제는 제발 청산해주었으면 싶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택한

  이 비극적 죽음으로, 부디 대립과 갈등,

  폭력과 분열의 비극이 극복되어
  서민이 진정으로 대통령이 되는 사회,
  폭력과 분열이 없는 진정한 민주국가로
  치유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국가 사회를,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기를 

  또한 열절히 소망한다. 

  
  이것이 침묵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끝으로,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이 엄청난
  비극 앞에서, 꼭 다짐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싶다.


  그 것은,
  그 어떤 이유에서든 ,
  불법적 폭력을 사용한 사람과 집단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이다.

  

   인류 역사가 증거 하듯,

  폭력은 민주주의를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마저 말살시키기 때문이다.

 

 

   ( 2009. 6. 6.)
 

 

 

  

 

 

 

 

고려 수월관음도(1310년 제작, 일본 鏡神社 소장)

 

 

 

'그대로이기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라인 인연  (0) 2012.01.24
자귀나무 꽃 앞에서  (0) 2010.07.30
사제로 살다가 사제로 죽게 하소서  (0) 2010.07.04
영천 문학기행 담론  (0) 2010.06.19
인동초  (0)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