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생각

자귀나무 꽃 앞에서

보니별 2010. 7. 30. 15:45

 

 

 

 

 

 

 

자귀나무 꽃 앞에서

 

 

 

자귀나무에 올해도 꽃이 피었다.

잘 가는 등산로 입구에 사는 자귀나무다.

 

작년 꽃만 못하다.

칠월에 피는 자귀나무 꽃도

올 봄의 그 심했던 냉해를 입었을까?

 

왜 올 봄은 그리도 추웠을까?

삼복더위인 지금

벌, 잠자리, 나비, 개미,

심지어 모기까지 줄어 든 걸까?

자귀나무는 알고 있을까?

 

 

 

 

 

 

오후 늦게 이 산에 오르는 내게

자귀나무는 두 모습을 보인다.

 

올라갈 때는 꽃과 잎이 활짝 피어 있는데,

내려올 때는 어김없이

잎 둘씩이 서로 얼싸안고 있다.

밤이 오기 때문이란다.

행복하게도 짝이 없는 잎은 없다.

 

 

 

 

 

 

잎이 펴 있을 때 보는 꽃과,

잎이 붙어 있을 때 보는 꽃은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자연의 조화이지만,

자귀나무 꽃을 보는 선인들에게도

자귀나무는 사랑으로 보였던 게다.

 

'부부금슬을 좋게 한다.'고 본 선인들은

자귀나무를 한그루씩 정원에 심었다는 것을 보면……

 

 

 

 

 

 

어제 내 눈에 비친 자귀나무 꽃은

마치 핑크빛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아보였다.

 

자귀나무의 부부 금슬은

핑크빛 불꽃사랑이었나 보다.

 

핑크빛 불꽃사랑을,

칠월의 뜨거운 온 누리에

내 뿜는 자귀나무 꽃은

여름사랑의 불꽃이어라…….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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