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생각

온라인 인연

보니별 2012. 1. 24. 19:19

 

 

 

 

<아르헨티나 바룰리체의 하트섬 전경. 은하수별님 보내옴>

 

 

 

   2002년 7월 13일.

  한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통해,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 사는 어떤 여성 교포를 알게 된 날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꼭 십 년째가 되는 해다.

 

 

<호미곶 상생의 손. 2012.1.15.>

 

 

  ‘은하수별’이란 닉네임을 쓰는 그녀와 이메일을 통해 이런 저런 소식과 관심사를 서로 주고받으며 보냈다. 소녀시절 온 가족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간 은하수별은, 옷가게를 하면서 삶을 꾸려 자수성가한 분으로 보였다. 온라인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반갑게도 은하수별은 온가족이 우리 집처럼 가톨릭신자였다. 이 점에서 나는 그녀가 마치 한 가족처럼 느껴졌다.

 

 

 

<봄 꽃. 2010년 봄, 양학산에서>

 

 

   어느 땐가는 은하수별이 음성메일을 보내왔기에, 나도 서툰 솜씨로 음성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사업 파트너여부의 검토를 위해 여러 종류의 마시는 차 샘플을 받기도 했고, 열장이 넘는 한 한국 신부님의 피정(避靜) 지도 시디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또 아르헨티나 산 포도주, 왕세우, 안데스산의 고 순도 암염도 선물로 받았었다.

  그에 반해 나는 매년 발간되는 <보리수필> 동인지와 내 발표 글이 실린 계간 수필 전문지, 그리고 내가 편찬책임을 맡았던 <대해성당 25년사>등을 보낸 것이 고작이었다.

 

 

 

<은하수별님 사진. 수년 전 직접 이메일로 보내오다>

 

 

 그런데, 지난 이달 5일, 오랜만에 은하수별로부터 이메일 한통이 왔다. 그곳에 함께 사는 남동생이 ‘갑자기 건강에 안 좋은 신호’가 와서 다시금 많은걸 깨닫게 되었단다.

  이에 동생부부를 한국에 쉬러 보냈고, 그 부부가 나를 만나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 온 내용이었다. 그 곳에 파견 나간 한국 신부님의 권유로 지난 18일 한국에서 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그 전에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여 있었다.

 

 

 

<포스코의 야경. 2011.1.17.>

 

 

  이에 나는 지난 14일 토요일과 15일 일요일에 오면 좋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은하수별의 동생과 전화로도 연락을 하게 되어 서로 일정을 협의하여 14일과 15일을 우리 부부와 함께하기로 하였다.

 

 

 

<포항 대해성당 성모상앞에서. 요한씨부부와 우리 부부. 2012.1.15.>

 

 

  지난 14일 오후 6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우리부부는 지구반대편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온 얼굴도 모르는 은하수별의 남동생부부와 만났다. 은하수별의 남동생 요한씨와 그 부인 글라라씨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네 시간씩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온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요한-글라라씨 부부. 호미곶 상생의 손 앞에서.2012.1.15.>

 

 

  제주도에 이어 홍도를 다녀 온 다음 날 바로 이곳으로 왔단다. 저녁식사를 요한씨를 고려해 채식으로 함께 하고, 포스코 야경과 북부 해수욕장 등지의 야경을 구경한 다음 일찍 호텔에서 쉬게 해 주었다.

 

 

<호미곶 바다를 배경으로 요한씨 부부와 우리 부부. 2012.1.15.>

 

 

  고향이 원주인 요한씨는 초등학교시절 누나와 함께 온가족이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갔는데도, 우리말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잘 했다. 비결을 물어보니, 젊은 날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에게서 한국어를 배웠다 했다. 자신은 그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 주면서 품앗이처럼 서로 배웠단다.

 

 

 

<국립 경주 박물관의 한 전시실. 2012.1.15.>

 

 

  다음날 15일.

  주일이어서 우리 두 부부는 함께 우리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주임신부님과 인사도 나누었다. 그리고는 구룡포에 가 점심을 함께 하였다.

 

 

<경주 박물관에서의 요한-글라라부부. 2012.1.15.>

 

 

이어 호미곶을 총총 들른 후 바로 경주로 향했다. 첨성대와 박물관 관람으로 경주 돌아보기는 만족해야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주 박물관 메밀레종 앞에서의 우리 두 부부. 2012.1.15.>

 

 

  떠날 시간 오후 4시 40분은 금방 찾아 왔다.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요한씨 부부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아쉬움과 기쁨, 그리고 변해가는 정보기술(IT) 시대의 한가운데를 사는 존재감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새 인연을 기다리는 들국화 씨앗들…. 2012.1.14. 양학산입구에서>

 

 

  인연이란 무엇일까?

또, 인연이란 어떻게 맺어지는 걸까?

시대상황,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연…….

 

 

 

<새봄과 새 생을 고대하는 겨울 나무들과 죽은 고목 나무. 2012.1.14 양학산>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만난 인연이 현실로 이루어진 지난 이틀을 생각하며 7번 국도를 달려오는 발길은, 내일을 잉태하는 석양으로 물들어갔다.

 

 

 

<낙조, 내일을 위한….2009.10.25.양학산>

 

 

아래 글은 요한씨 부부가 떠난 다음 날, 내가 보낸 편지의 전문이다.

 

 

< 봄 길…. 2010. 5. 7.양학산>

 

 

 

제목 : 고맙습니다

 

보낸사람 : 보니 12.01.17 00:49

보낸날짜 :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00시 49분 08초 +0900

 

 

요한형제님,

잘 도착하셨다는 전화 반가웠습니다.

좀 쉬셨는지요?

 

그 먼 길을, 그 것도 요한형제님 부부가 함께 이곳까지 오시다니,

감사하고 아쉽고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주도와 홍도를 다녀오시느라 많이 피곤할 텐데도,

광주에서 이곳까지 네 시간씩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오신

두 분의 마음이 봄 날 보다 더 따사했습니다.

 

포스코도, 호미곶도, 경주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어도,

두 분과 함께 한 시간이 참 복되었습니다.

 

누님 은하수별님과의 온라인상의 인연이,

그 동생 분 부부와 이렇게 지구 반대편인 한국, 그 것도

동해안 끝 영일만에서 만나게 된 것은 IT시대의 한가운데를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도 남았습니다.

 

요한형제님, 건강검진 잘 받으시고,

하루빨리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울러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득합니다.

 

저희 집에서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해야 마땅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음을

아내와 함께 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두 분의 사진을 첨부파일로 보내드립니다.

포항의 추억이 될 테지요…….

 

다시 한 번 요한형제님 부부의 정감어린 따사한 마음에 고마움을 드리며,

이런 아름다운 인연을 허락하신 주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은총 충만 하시기 빕니다.

 

고맙습니다.

 

2012. 1. 16.

 

포항 강길수(보니파시오)드림

 

 

 

<저 상생의 손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가족처럼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겠지!…….

    2012.1.15.>

 

 

(201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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