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꽃 앞에서
자귀나무에 올해도 꽃이 피었다.
잘 가는 등산로 입구에 사는 자귀나무다.
작년 꽃만 못하다.
칠월에 피는 자귀나무 꽃도
올 봄의 그 심했던 냉해를 입었을까?
왜 올 봄은 그리도 추웠을까?
삼복더위인 지금
벌, 잠자리, 나비, 개미,
심지어 모기까지 줄어 든 걸까?
자귀나무는 알고 있을까?
오후 늦게 이 산에 오르는 내게
자귀나무는 두 모습을 보인다.
올라갈 때는 꽃과 잎이 활짝 피어 있는데,
내려올 때는 어김없이
잎 둘씩이 서로 얼싸안고 있다.
밤이 오기 때문이란다.
행복하게도 짝이 없는 잎은 없다.
잎이 펴 있을 때 보는 꽃과,
잎이 붙어 있을 때 보는 꽃은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자연의 조화이지만,
자귀나무 꽃을 보는 선인들에게도
자귀나무는 사랑으로 보였던 게다.
'부부금슬을 좋게 한다.'고 본 선인들은
자귀나무를 한그루씩 정원에 심었다는 것을 보면……
어제 내 눈에 비친 자귀나무 꽃은
마치 핑크빛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아보였다.
자귀나무의 부부 금슬은
핑크빛 불꽃사랑이었나 보다.
핑크빛 불꽃사랑을,
칠월의 뜨거운 온 누리에
내 뿜는 자귀나무 꽃은
여름사랑의 불꽃이어라…….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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