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생각

잔인한 4월(2)

보니별 2014. 4. 24. 00:23

 

 

 

 

 

작년 사월 마지막 날…….

사월을 보내는 가슴이 아파

괜스레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서두를 꺼내

사람들의 잔인함으로 엘리엇의 라일락과 잠든 뿌리는

참 억울할 거라 푸념을 널어놓았었다.

 

올 사월은 어땠던가.

내 주위의 자연은 작년보다 훨씬 더 찬란했었다.

삼월 말쯤 야산의 생강나무꽃과 매화가 피어나더니,

사월 초순 이곳 자연은

진달래꽃, 개나리꽃, 살구꽃, 목련꽃, 벚꽃, 복사꽃이

모두 같은 무렵 피어나 황홀을 넘어 숨 막힐 정경을 연출하였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우리 자연이 빨리, 빨리에 모든 것이 함몰되어버린 우리네를 닮아가는 건가하고.

그러고 며칠 지나기도 전에, 사월의 바다에 세월호가 세월도 무심하게

잔인하게, 잔인하게도 침몰하는 비극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아야만 했다.

 

세월호 안에는 꽃다운 수학여행 길의 고등학생들 수백 명과

많은 여행객들도 타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참담한 비극을 당해서도 우리네는

빨리 빨리에 빠져 허우적대다 

되레 승객구출의 타이밍을 허비하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선장과 배를 잘 아는 승무원들은 도망 가버려 승객들은 버림 받았다.

 

그래도 승객을 끝까지 돌보다

목숨을 바친 임시직 여승무원 같은 이가 있어

유명을 달리한 원혼들이 조금은 위안을 받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는 말을

우리네는 스스로 가슴에서 몰아내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빨리 빨리 돈 벌고, 출세하고, 제 자리 지키기 위해

우리네가 가슴에서 몰아낸 것들이 비단 이 말 뿐이었을까.

 

이 잔인한 또 하나의 사월을 꾸역꾸역 살아내며,

그래도 가슴에 다시 모셔와 새기고 살아내고 싶은 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

 

가슴아프게 먼저 간 못다 핀 우리네의 아들 딸들과 함께 간 분들이

하늘나라에서 부디 슬픔 잊고 편히 쉬기를 기도한다.

 

 

 

                    2014. 4. 23.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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