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레이저 청소
2015년 1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31일 토요일...
아마도 10년 이상을 버티다가
아내에게 또 진 날.
내 얼굴을
레이저 청소기(?)로 청소를 한 날이다.
1년 전,
보이지 않는 아내의 힘에 못이겨
남부시장에 있는 병원에
얼굴 점과 검버섯을 제거하는 수술(?)을
알아보러 갔었다.
의사에게 간단한 검진을 받고,
금액을 정한 다음
시술날짜도 정하고 돌아왔었다.
그 후,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어
나는 시술을 받지 않았었다.
중년이 되자,
얼굴에 검버섯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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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을 하기위해
간호사가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이삼십분 기다리라 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람의 얼굴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지금의 내 얼굴은 아내의 것'이라
싶기도 했다.
사실,
거울 없이 자기 얼굴은 볼 수 없으니
본디 얼굴은 남의 것이지 않은가.
또,
삶은
고 김수환추기경이
어느 강연에서 좌중을 웃기며 하신
'삶은 계란'이기도 하지만,
그저 못이기는 척
'져 주는 것'이지 싶기도 했다.
강산이 변할 세월 이상을 버티다가
아내의 강권에 져서 이렇게
병원 침상에 누워
있으니까.
2015.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