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이기/생각

얼굴 레이저 청소

보니별 2015. 2. 21. 11:48

 

 

 

 

얼굴 레이저 청소

 

 

 

2015년 1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31일 토요일...

 

아마도 10년 이상을 버티다가

 아내에게 또 진 날.

 

내 얼굴을

레이저 청소기(?)로 청소를 한 날이다.


1년 전,

보이지 않는 아내의 힘에 못이겨

남부시장에 있는 병원에

얼굴 점과 검버섯을 제거하는 수술(?)을

알아보러  갔었다.

 

의사에게 간단한 검진을 받고,

금액을 정한 다음

시술날짜도 정하고 돌아왔었다.

 

그 후,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어

나는 시술을 받지 않았었다.

 

 

중년이 되자,

얼굴에 검버섯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

.

.

.

 

시술을 하기위해

간호사가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이삼십분 기다리라 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람의 얼굴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지금의 내 얼굴은 아내의 것'이라

싶기도 했다.

 

사실,

거울  없이 자기 얼굴은 볼 수 없으니

본디 얼굴은 남의 것이지 않은가.

 

또,

삶은

고 김수환추기경이

어느 강연에서 좌중을 웃기며 하신

'삶은 계란'이기도 하지만,

그저 못이기는 척

'져 주는 것'이지 싶기도 했다.   

 

강산이 변할 세월 이상을 버티다가

아내의 강권에 져서 이렇게

병원 침상에 누워

있으니까.

 

 

201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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