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을 하루 앞둔 엄동설한...
바야흐로 인동초의 계절이다.
어린시절...
산골 우리 마을엔 인동초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개울가나 도랑 가, 동네 어귀의 돌무덤,
높은 밭두렁이나 논두렁 같은 곳에
난 잡목이나 찔레, 딸기가시덩굴 같은 곳엔
어김없이 인동초가 함께 살았다.
인동초는 한해에 두 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요사이와 같은 추운 겨울은 단연코 인동초의 계절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나 가시덩굴 혹은, 말라버린 풀 대공 사이에서
독야청청 하는 인동초의 모습에
그 뉘라서 감동받지 않을 수 있으랴.
모진 북풍설한을 그 연약한 온몸으로 이겨내는 모습은
차라리 거룩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봄이 되어 땅 속, 혹은 앙상한 가지에서
새 움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인동초는 그 위세에 빛을 잃고 만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가시나무나 작은 잡목들에 덩굴을 올리며 어울려 살면서도
함께 사는 나무, 풀들을 결코 죽게 하지 못하는 존재가 인동초다.
그러나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를 인동초가 내 뿜는다.
몸을 닮아 연약하기만 한 그 가냘픈 꽃에서 ,
어찌 그리도 취하고야 마는 향기를 내 보내는지...?
인동초는 오랜 추위를, 소외의 고통을 묵묵히
견뎌 내는 겸손한 여인, 어머니다.
겨레와, 나라의 난국을 출병으로, 금 모으기로,
구조조정을 당하며 말없이 구해내는 민초다.
저 낮은 곳을 묵묵히 살아내기에
늘 푸르고 가장 향기로운 인동초...
하여,
언제나 살아낼 맛을 아낌없이 선물하는
내 소중한 희망이다.
<사진출처 : http://cafe.daum.net/gjbsamo/5uBG/6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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