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 187

횃불 하나

등록일 2024.06.24 20:04                     게재일 2024.06.25  22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의원이 다수인 야당은 소수인 여당의 반대와 관행을 무시하고 단독 국회를 열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뽑았다는 보도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나라에서, 이름에 ‘민주당’이 든 1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회 독재를 또 시작했다. 국민이 뽑은 다수라 강변하겠지만, 올 총선의 진실을 알고도 그랬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다. 지난 4.10 총선 선관위 발표 선거 데이터를 분석한 G 박사는, 58개 지역에서 승부가 바뀌어 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진짜 의석은 여당 166, 1야당 118이라고 했다. 당일 투표와 사전투표 결과의 차이가 통계학 대수의 법칙을 ..

마무리 큐시

등록일 2024.06.10 18:56                            게재일 2024.06.11   뭔가 다르다. 평소에 안 나던 소리가 차 뒤 트렁크 쪽에서 들린다. 어떤 울림 같은 소리다.  “차 소리가 이상한데…?”하고 함께 탄 아내에게 말했다. 그녀는 별다른 말은 안 했다. 짐을 잘못 실었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텃밭까지 갔다. 두어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과 300m 정도 달렸는데, 차 뒤 오른쪽 바퀴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났다. 차를 세우고 살폈다. 타이어 공기가 다 빠졌다. 제법 큰 쇳덩이가 타이어에 박힌 것도 보였다.  농로 중간이라 차 세울 자리가 마땅찮아 200m 정도 더 가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세웠다. 비로소 박힌 쇳덩이를 자세히 보았..

어제와 오늘, 내일

등록일 2024.05.27 18:02           게재일 2024.05.28    활짝 웃는 장미꽃들이 금속 담장을 껴안고, 사람을 홀린다. 앞엔 맥주보리가 익는다. 듬성듬성 개보리도 뒤따른다. 5월 하순, 학교녹지의 한 모습이다.  올 4월 1일 처음 보리 팬 이삭이 보였다. ‘벌써 보리가 패다니’하고 살펴보았다. 사는 면적도 더 넓어졌다. 보던 보리와 달라 웹을 검색했다. 맥주보리였다. 아마 나무에 거름 줄 때, 씨앗이 따라왔겠지. 내 마음엔 맥주보리는 어제, 장미는 오늘, 둘이 함께하여 내일 같다. 문득, 옛 고향의 ‘풋보리 디딜방아’가 떠올랐다.  그 옛날, 아홉 집이 동기간같이 모여 사는 산골 동네에도 봄이면 어김없이 보릿고개가 닥쳐왔다. 보리가 반쯤 익을 무렵 저녁, 동네 아낙들은 허리춤..

빨대 신귀족

등록일 2024.05.13 20:18                       게재일 2024.05.14    동네 공원에 핀 커다란 이팝나무 하얀 꽃이 부드러운 목화송이다. 저 흰 목화를 타서 무명을 짜, 옷과 이불을 짓는다면 이 동네 아이들이 다 입고 덮어도 남겠다.  한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팝꽃이 ‘보릿고개 배고픔을 참아 넘기는 달램의 이밥’이었다니, 우리네가 지난날 겪은 고난의 삶이 고스란히 꽃 안에 스며 있다. 가슴 아리다. 지난 산업화 시기 건설현장, 공장, 실험실, 기획, 관리, 설계, 사무실, 정부 부처 등 온갖 일터에서 불철주야 피땀 흘리며 보릿고개를 물리치던 근로자들. 그들은 이팝꽃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오늘을 살까.  70~80년대 산업화 시기 근로자들은 죽기 살기로 일해 나..

4·10 숫자들의 향

등록일 2024.04.22 19:56 게재일 2024.04.23 4.10 총선 전 어느 아침. 옆 아파트 담장 안쪽에서 보랏빛 꽃을 앙증스레 피워내는 한 그루 라일락을 올해도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아니나 다를까. 라일락 향기가 몸과 마음의 온 세포를 윤슬처럼 일렁이게 했다. 나이 들며 후각이 둔해지는 걸 느끼는데, 한 모금 라일락 향기가 내 온갖 감각 센서를 일깨웠다. 사방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이 라일락 나무는 해마다 그 짙은 보랏빛 꽃과 향기를 피워내며 사람을 기쁘게 한다. 대체 라일락은 어떤 유전자를 가졌기에 저토록 자기 삶에 정직, 진실할까. 식물은 거짓을 모른다. 본능대로 살며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 한데, 자칭 만물의 영장(靈長) 인간은 어떤가. 영적 존재, 윤리, 도..

침묵하는 다수

등록일 2024.04.08 18:17 게재일 2024.04.09 방송국 녹지에 2월 말부터 피어났던 진달래꽃이 가는 3월과 함께 시나브로 졌다. 옹골지고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타고 오는 봄을, 도시 복판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린지가 여덟 해다. 한데, 올해는 꽃이 전 같지 않았다. 어딘가 풀죽은 듯 초라해 보이고, 어떤 침묵이 스민 것만 같았다. 올 이른 봄은, 같은 거리를 오가는데도 뭔가 달라졌다. 작년 3월, 은행나무 밑에서 새봄을 모셔오던 하얀 별꽃도 못 만났다. 흔하던 민들레꽃도 덜 보였다. 봄비 잦은 탓일까. 기온 이상인가.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아무튼, 내가 본 올 이른 봄은 자연도, 사람도 예전보다 ‘침묵, 침묵하는 다수’로 다가왔다. 하지만, 4월이 오면 온갖 봄꽃 피어나 침묵의 구름을 걷어..

죽인 양심 시대

등록일 2024.03.25 18:52 게재일 2024.03.26 다음 달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재외투표 3월 27일~4월 1일, 선상투표 4월 2일~5일, 사전투표 4월 5~6일이다. 코앞의 총선을 생각하니 웬일인지, ‘양심(良心)’이란 말이 떠오른다. 선거와 양심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내 마음은 이 말을 소환했을까. 나라가 신생자유민주주의 체제였던 때 나고 자란 연유일까. 아니면, 인간 본성 탓일까. 아무래도, 민주주의의 선거는 양심과 상관이 있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헌법전문에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하루에 한 번은

등록일 2024.03.11 19:13 게재일 2024.03.12 3월……. 내일이면 그 중순이다. 절기로 따지면 입춘이 한 달 전에 지났고, 우수 경칩도 지났으니 분명 봄이다. 한데, 나는 절기보다는 달별로 계절을 구분하는 습관이 들어 “3월!”이라고 말해야 봄이 왔다는 기분이 든다. 양지바른 산 자드락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산골 소년은 마른 풀잎 사이에서 솟아오르던 3월 새싹을 만나러 나섰다. 겨우내 땅속에 단잠 자던 싹눈은 3월이면, 따사한 햇빛 노크에 눈을 뜨고야 만다. 아지랑이 아롱아롱 눈시울 간질이면, 못 이긴 척 기지개 켜고 새싹으로 올라온다. 아지랑이 오름 길 따라 눈길은 절로 위로 향한다. 잎눈 품은 나뭇가지에 봄 새 한 쌍이 노래를 부른다. 노랫가락은 아지랑이 등 타고 파란 봄 하늘에 ..

성직자들의 타락

등록일 2024.02.12 18:20 게재일 2024.02.13 우리 사회가 걱정된다. 총선 두 달 앞. 예비후보들의 나라 사랑 없는 자찬 문자 폭탄에 짜증이 난다. 엎친 데 덮쳐, 한 자칭 성직자의 타락행위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성직자 신분을 정치공작 도구로 쓴 사악함을 국민은 목도 했다. 목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대통령영부인을 상대로 함정 몰카 범죄를 자행한 것이다. 그는 재작년 성직자 신분과 동향 출신을 내세워 관저 입주 전인 영부인에게 접근, 아무도 모르게 선물전달 몰카를 찍었다. 1년 반 가까이 두었다가 총선 직전에 영상을 공개하며, 무슨 투사인 양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저의가 무엇일까. 어느 종단(宗團) 할 것 없이 성직자가 정치꾼으로 타락하여, 국민을 허탈케 하고 종교에 정나미가 뚝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