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4.04.08 18:17 게재일 2024.04.09
방송국 녹지에 2월 말부터 피어났던 진달래꽃이 가는 3월과 함께 시나브로 졌다. 옹골지고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타고 오는 봄을, 도시 복판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린지가 여덟 해다. 한데, 올해는 꽃이 전 같지 않았다. 어딘가 풀죽은 듯 초라해 보이고, 어떤 침묵이 스민 것만 같았다.
올 이른 봄은, 같은 거리를 오가는데도 뭔가 달라졌다. 작년 3월, 은행나무 밑에서 새봄을 모셔오던 하얀 별꽃도 못 만났다. 흔하던 민들레꽃도 덜 보였다. 봄비 잦은 탓일까. 기온 이상인가.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아무튼, 내가 본 올 이른 봄은 자연도, 사람도 예전보다 ‘침묵, 침묵하는 다수’로 다가왔다. 하지만, 4월이 오면 온갖 봄꽃 피어나 침묵의 구름을 걷어낼 테지.
총선의 달 4월. 바야흐로 봄꽃 축제가 벌어졌다. 개나리, 벚꽃, 조팝꽃, 자목련, 민들레꽃, 영산홍…. 출퇴근 거리에서 만난 꽃들이다. 집에 도착한 선거홍보물을 일람해 보았다. 국회의원 지망생들의 나라 사랑은 보기 어렵다. 자신들의 입신과 이권만 추구할 뿐, 국민 사랑 마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홍보물은 국민이 뽑아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 임기를 대놓고 단축, 종식 시키겠단다. 법치 파괴의 파렴치한 망발과 뻔뻔함이 확증편향에다 과대망상의 극치다.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공직자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비리를 다 딸 입시에 썼다가 발각되어, 나라 젊은이들의 기를 꺾고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갑자기 무슨 혁신 당을 만들었다. 스스로 대표가 되어 국회의원 하겠다고 비례대표 출마도 했다. 재판 중인 야당 대표를 벤치마킹해 자기 범죄 방탄 국회를 만들 속셈인가. 별주부전 토끼 간 같이 편리한 양심을 단 인간인가.
정말 알 수 없는 일은, 이런 인간의 지지자가 많다는 언론 보도다. 이성(異性)과 양심은 어디에 버리고 짜인 대본에 놀아나거나, 감언이설 에테르 또는 떨어지는 떡고물에 마취당한 사람들인지 모를 요지경 세상이다. 더욱이 지지층이 40~50대라니 더 어처구니없다. 20~30대보다 진실을 못 보는 헛똑똑이들인가 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슨 혁신 당 지지자들은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라 짖어대는 소수라는 사실이다. 개처럼 짖어대는 소수가 사회의 분위기를 망치고, 침묵하는 다수도 자칫 휩쓸리는 악순환이 임계점에 닿은 느낌이다. 상대방을 타도 대상으로 삼는 야만, 증오, 언어폭력, 조작의 검은 기운들이 여론, 선거 등에 침투하여 만든 각본대로 몰아가는 것만 같은 사회 분위기니까.
지금은, 침묵하는 다수가 분연히 일어나 소리 내고 행동할 때다. 침묵하는 다수가 세상 식별안테나를 켜 들고, 이성과 진실의 소리를 골라 들어야 한다. 진실을 모르면 선전, 선동에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불법적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침묵하는 다수 유권자가 본투표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첫 번째 소리이자, 행동일 터이다. 만일 이 선거 후 또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면, 이번에는 침묵하는 다수의 진짜 힘을 보여 주자. 선거소송 법관들이 국민이 무서워, 양심 저버리는 판결을 감히 할 수 없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