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시 나라

그대 두고 오던 날

보니별 2006. 10. 26. 23:32

그대 두고 오던 날
                    강 길 수
그대 두고 
오던 날, 
쓸쓸한 가을비만 
별 빛 숨은 
밤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렸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서야 
실존과 실존으로 
만난 그대 
그대 강인함 속에 
피어난 애절한 
한 송이 꽃 향에 
나는 홀린듯 
취하고 말았고 
나는 수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 
응석부리며 
우리 함께 하였다 
오! 
삶이란 이런 것인가 
그대여... 
그대 두고 
오던 날, 
가을비는 그리도 
쓸슬하게 
별빛도 숨어버린 
심야의 차창에 
흘러내리고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어둠 속을 
차륜이 돌면서 
밤 차가 달려가듯, 
회전하는 연륜에 실리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그대 두고 
오던 날, 
그래도 나는 
앙상한 가지에 
찬 바람 그칠 날을 
꿈꾸고 
텅 빈 들판에 
기어코 
따사한 남풍 
불어 올 날을 
기다렸다
200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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