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논술문 들녘

인간수명이란 정해져있는가

보니별 2006. 9. 26. 00:21
 

['논객' 412. 과제 논술문]


                                   인간수명이란 정해져있는가

                                                                                                  강 길 수


 "미래 사회에서 노화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질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 중에도 1000세의 수명을 누릴 사람이 60명은 나올 것이다" 이 말 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의학박사 오브리 드 그레이가 최근 BBC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주장한 말이다. 이어 그는 "의학의 진보로 사람이 1000살까지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하면서 "이 같은 말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다"라면서 "노화를 방지하고 치료하는 SENS(Strategies for 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프로젝트에 힘입어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1)

 왜 레이 박사는 이런 꿈같은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는 한 사람의 몽상가이거나, 정신 건강이 온당치 못한 사람인가? 아니면 거짓말로 사람들을 희롱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보나, 대학의 지명도로 보나,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보나 레이 박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생명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가지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판단하여 말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건강이란 무엇인가? 건강에 대한 우리들의 공통인식은 '몸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이상이 없는 튼튼한 상태'라는 것이다. 건강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고대인에게 건강이라면 병에 걸리지 않은 것을 말하고, 그 병이란 역신(疫神)에게 들리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였다. 근세 유럽의 건강관은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건강이란 '신의 은총'이라고 하였다. 의학적으로도 생명은 생기(生氣)라는 신비적인 것의 작용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르네상스 이후 근대의학의 발달에 따라 병은 각기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인간의 힘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것도 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 병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건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에는 더 나아가서 개인적 혹은 사회적 환경을 개선·조절하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장에는 "건강이란 질병이나 단지 허약한 상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상태를 말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인가? 종래의 수명에 대한 관념은 '모든 생명은 정해진 기간의 생명을 가지고 산다.'라는 것이다. 수명은 천부적인 것이어서 건강문제라기보다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생의 근본 문제라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종래의 관념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그레이 박사의 주장이다. 의료술은 주어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생명기간동안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차원의 기술이었다. 이러한 바탕에서 인간의 수명은 120세니 혹은 125세니 하는 주장들이 나왔고 아직 정설이 된 것은 없으나, 수명은 정해져 있다는 관념은 변함이 없었다. 그 것은 오랜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의 수명은 고작 100년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현재도 그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의 축적된 경험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 인간은 생명의 근본문제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만 생각되던 '생명의 영역'에 인간은 '유전자 공학'이란 이름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게놈 프로젝터'의 '인간 유전자 완전 해독의 개가'가 그 결정적 증거이다. 노화를 방지하는 기술을 향한 인간의 노력은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인간의 심층의식에는 '영생'에 대한 희망이 각인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주술과 무당, 신화, 종교의 발생과 그 흥망성쇠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100세를 넘기기 어려운 인간의 삶인데, 마음속 깊이에는 영원히 살고 싶은 욕구가 그 어떤 욕망보다도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존재가 자기라는 아이러니한 삶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며 살아온 것이 인간의 역사였다. 이제 이러한 인간의 근본 욕구가 발달된 과학기술과 접목된 의학과 유전공학에서 그 탈출구를 마련해가고 있다.

 노화 방지 기술을 통한 생명연장과 나아가서 죽지 않는 인간의 탄생을 향한 인간의 노력은 생명존엄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작되었고 또 계속되어지고 있다. 종래의 수명에 대한 관념에 도전하여 수술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과 의학의 노력은 종국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수명은 자연환경에 따라 그렇게 나타난 것일 뿐 천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입증해 갈 것이다. 결국 수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것이라고 오늘날의 과학기술과 의학은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



 

[주] (1) 이 데일리 기사,  2004.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