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논술문 들녘

첨단 과학기술 시대의 인간과 신화

보니별 2006. 9. 22. 19:30
 

[논객 409 과제 논술문]


                    첨단 과학기술 시대의 인간과 신화         

                                                                                                    강 길 수


 현대는 첨단 과학기술 시대이다. 유전공학 기술은 인간게놈의 해독을 마치고 인간 복제의 단계에 접어들었고, 정보통신의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를 열고 있다. 이로써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해 전 세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문명 시대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신화나 종교 신념의 구조에서 신성시되던 '신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종전의 원시적인 신화의 베일이 벗겨지거나, 부도덕하고 유치한 내용의 신화들은 현대인에게 더 이상 신화로서의 형식적 내용의 가치를 잃게 되었다. 이를테면 그 이야기의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상한 일과 진귀한 일, 속출하는 근친상간, 불륜 등의 형식적 내용을 가진 신화들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신화는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린 것일까? 어떤 사람은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성을 가진 인간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그대로 적응하지 않고, 환경을 자기에게 적응시키려고 한다. 또한 인간은 환경과 자기에 대한 관계에 체계적으로 설명을 부여하고, 거기에 비추어 자기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인간에게는 인과율을 토대로 합리적 사고를 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에 의해서 도구, 기술, 과학, 학문, 예술 등을 발달시켜왔다.

 도저히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나, 인간의 삶과 고통, 죽음 등에 대해서는 신화를 통해서 체계적인 설명을 부여하고 그것에 따라 문화를 구축해 왔다. 신화는 대부분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설명이 형식적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일식이나 월식이 생기는 이유라든가 저녁에 서쪽 끝에서 지고 난 태양이 이튿날 아침에 동쪽 끝에서 떠오르는 이유, 또는 태양과 달이 언제나 낮과 밤하늘에 따로따로 나타나는 이유 등 현대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에도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내용의 설명으로 되어 있는 것이 그 것이다.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신화의 줄거리들은 신화가 다루는 문제의 본질적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 내용에 불과하다. 신화의 메시지는 인간 존재의 근본과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설명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와 그 산물인 과학의 테두리 밖에 있다. 게다가 신화는 모두가 다의적이다. 예를 들면, 저녁에 서쪽에서 져버린 태양이 이튿날 아침 동쪽에서 떠오르는 이유를 고대 이집트의 신화에서는 밤사이에 태양이 지하계(地下界)를 지나가면서 사자(死者)의 나라를 비춰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신화는 일몰, 일출 현상과 동시에 우주의 구조에도 설명을 붙여서 삶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융'파의 심리학자들은, 태양이 밤사이에 황금 잔을 타고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항해한다고 하는 그리스신화 등에는 융이 <밤바다의 항해>라고 한 인격형성에 필요한 <오뇌(懊惱)>가 전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1)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인간의 문화에서는 합리적 사고와 과학의 발달로 신화가 불필요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다. 이 관계는 합리적 사고의 산물인 과학과 기술이 극도로 발달하고, 전통적 설화의 형태인 신화가 그 생명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현대 과학기술 문화사회에서도 근본적으로는 아무른 변화가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있어, 전래 신화들의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형식적 내용은 흥미와 관심에서 자연 멀어지게 되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와 안락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고독한 군중'이 되고 있다. 정신이 황폐화되고 불안하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신화도 새로운 형태를 띠고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종교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세계나 인간의 삶과 고통 ,죽음 등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의 형식을 가진 신화를 현대인은 만들어 내고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새로운 현대의 신화 즉, '유에프오(UFO)신드롬'이 그 한가지다. 하늘을 자유자재,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스마트한 원반형 비행물체 유에프오... 그 것은 상상만 해도 과학기술시대의 현대인에게 신나고 매력 있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 것은 저 우주 어딘가에 있을 분명 또 다른 현대인의 이웃 휴머노이드의 과학기술 문명의 산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과학기술 문명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에서 해방되고, 동시에 여러 곳에 편재하는 유비쿼터스와, 자유로운 생명창조와 재생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며 모든 것을 향유하는, 신의 영역을 넘보려하는 꿈을 꾸고 있다. 더불어 현대인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신화를 창작하여 가짐으로써 정체성의 불안을 해소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신화는 인간의 영원한 꿈인 것이다.

 

 

 


[주] (1) 다음 백과사전, 2004. 9. 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