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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거리

보니별 2017. 7. 29. 01:23

    

오피니언칼럼
젊음의 거리





등록일 2017.07.27   게재일 2017.07.28  
 ▲ 강길수<br /><br />수필가 
▲ 강길수 
 
수필가

밤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거리를 오가며 출퇴근 한다. 포항 `쌍용사거리`에서 구룡포 쪽으로 난 거리다. 가로 양쪽 가게는 대부분 주점들이다.  
 
내 기억에 오래전 이 거리에는 음식점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하나, 둘 술집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났고 자연스레 젊은이들의 거리로 되었다. 밤에 이곳을 볼일로 지나다닌 적은 있으나, 술을 마신 적은 없다. 이곳에 가끔 오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기성세대처럼 음주와 유흥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음주와 유흥은 우리 민족에겐 정신유전자로 전승되어오는 것인가. 민족 고대국가라는 부여의 `영고(迎鼓)`만 보아도 음주와 유흥은 우리 겨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다. 추수를 마치고 제천의식과 함께, 연일 음주와 가무로 신명나게 축제를 벌였다는 것이 영고 연구자들의 말이다. 영고는 백성이 모여 하늘에 추수를 감사드리고, 내일을 향한 희망과 결의를 다지는 신명나는 축제였을 것이다.  

지난 늦가을 어느 날 아침, 이른 출근길이었다. 평소에는 말끔하던 거리가 이날은 유흥업소 전단지들이 바람에 나뒹굴고 담배꽁초, 마시다 버린 음료 잔 등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였다. 저절로, `무슨 젊은이의 거리가 이래?`하는 속말이 나왔다. 실망감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어젯밤에 신나는 큰 행사라도 했었나보다고 이해하며 지나갔다.  

며칠 뒤 아침마다 거리가 말끔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았다. 건장한 두 청소원이 거리를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밤 내린 가을비로 보도블록 위에 붙어버린 홍보전단지들을 생고생하며 긁어내느라 청소시간이 길어져 나는 그들을 만났다. 평소 출근시간이 청소를 끝낸 후여서 늘 말끔한 거리를 걸었던 것이다. 실상 이 거리는 계절, 요일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매일 밤 젊은이들이 버린 쓰레기로 지저분해지고 있었다.  

얼마 전 당국이 이 거리를 `상대로 젊음의 거리`로 지정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지만 `정체성이 없는 음주 유흥거리로 형성된 이 거리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하였다는 보도다.  

관련 구간에 `가로환경개선사업과 유해환경개선사업, 지중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단다. 또한 시의 역점시책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와 `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연계한단다. 연계를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공간, 여가공간을 제공하는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 복합체 도시로의 변모`를 꾀한다고 한다.  

`젊음`이란 무엇일까. 나도 젊은 시절을 지나왔지만 한마디로 꼭 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국어사전은 젊음을 `나이가 적고 혈기가 왕성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혈기는 몸의 피와 기운 뿐 아니라 마음속의 뜨거운 기운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젊음은 싱그럽고 풋풋함 뿐 아니라 희망과 열정, 패기와 끈기 등을 통해 푸른 꿈을 꾸는 것이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이 꿈을 향해 모여 희망으로 나서야 할 `상대로 젊음의 거리`…. 이 거리가 앞으로도 소모적인 음주와 유흥,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가 계속된다면 새로 만들어질 `문화거리`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대화와 소통의 장,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내일을 위한 희망을 재충전할 곳이 되레 활력의 소진과 후회, 절망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국이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한 것은 잘 된 일이다. 부디 용두사미가 되지 말고, 처음 계획대로 이루어 내면 좋겠다. 그리하여 `상대로 젊음의 거리`가 젊은이들의 음주, 유흥의 분위기도 하나로 보듬어내어 온 시민들이 꿈과 힘을 되찾는 미쁜 곳, 깨끗하고 밝은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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