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논술문 들녘

‘현대의 신화’를 읽고

보니별 2006. 9. 17. 00:46
 

[‘논객’ 405. 과제 논술문]

                               ‘현대의 신화’를 읽고


                                                                                       강 길 수


 ‘논객’의 5월 과제를 생각하다가 카알 융의 저서 ‘현대의 신화(Ein Moderener Mythus)'를 선택하였다. ‘현대의 신화’는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인 우포(유에프오 ; UFO ; 일반적으로 ‘유에프오’로 알려진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용어는 본 서의 용어에 따라 ‘우포’로 한다.)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카알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1886년 7월 26일 스위스 케스빌이라는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1961년 6월 6일 쮜리히 남쪽 퀴스나하트에서 서거하였다. 바젤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쮜리히 대학 의학부 정신과 조수, 전임강사, 스위스 과학 아카데미 명예회원, 바젤대학 정신과 주임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프로이드’ 중국학 학자 ‘리하르트 빌헬름’, 친구인 인도학 학자 ‘하인리히 잠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파울리’ 등과 교류와 공동연구를 하며 의식과 무의식에 관한 많은 연구와 저서를 남겼다.(1)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이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삶의 사건으로 표현된다. 인격 역시 그의 무의식적인 조건에서 발전하며, 하나의 전체로서 체험된다.”

 이 말은 융이 그의 자서전 첫머리에 한 구절이다. 이 말이 말하듯 융의 심리학과 사상은 바로 무의식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융의 사상은 한마디로 인간성의 뿌리를 말해주는 자신의 체험의 고백이며 예언이다. 이 뿌리는 개인의 차원을 포함할 뿐 아니라, 그를 넘어 태초의 시간, 태초의 인간에 이르는 끝없는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또한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헤아린다. 그의 사상은 또한 중심(中心)의 사상이다. 태초의 시간으로부터 내려오는 마음의 뿌리가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마음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대한 자각이다. 그러므로 그는 우주를 닮은 끝없는 인간 무의식에서 빛을 찾는 수도자이며, 진정한 마음의 의사였다. (2)

  현대는 ‘우포 신드롬’ 즉, ‘UFO 신드롬’의 시대이다. 근년에는 우포 신드롬의 종교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인간 복제’ 문제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클로네이드사’도 외계인을 신봉하는 단체 ‘라엘리안무브먼트’의 주장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엘리안무브먼트’는 ‘우포 신드롬’ 종교화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융’의 ‘현대의 신화’ ; ‘하늘에 보이는 것들에 관하여(Ein Moderner Mythus ; Von Dingen, die am Himmel gesehen werden) ’는 1958년 라셔 출판사에서 소책자로 출간된 저서이다. 이 저서는 46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학자들이 인용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다. 호주 아델레이드 대학 이론 물리학 교수인 폴 데이비스는 ‘우포 신드롬’의 종교화 현상을 “UFO현상이 오랜 기원을 갖는 인류의 원시적 믿음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고등종교가 과학문명에 밀려 세력을 잃고 있는 시점에서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복합적 유형의 원시종교라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그 중요 근거를 바로 ‘융’의 ‘현대의 신화’에서 인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포’ 현상에 대한 ‘융’의 심리학적 분석과 평가는 그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로서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명성과 권위를 담고 있다.

 ‘융’은 ‘현대의 신화’에서 하늘에 나타나는 ‘우포’ 즉 미확인 비행물체들에 대해 그 물리적 실재성(實在性)은 미해결의 문제로 남겨둔다. 그가 이 책을 쓴지 거의 반세기가 지남 지금도 여전히 ‘우포’는 그대로 미확인 상태다. 그는 물리적 실재성에 대한 규명은 천체 물리학자 등 과학기술자들에게 맡겨두자고 한다. 그는 20세기 말에 인류가 처한 불안한 정신적인 상황 하에서, 어떤 예언자적인 소명감으로 ‘현대의 신화’를 썼다. 그 것은 “참을 성 있게 듣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큰 모험을 감수하면서 나의 의견을 말하고자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융’은 ‘우포’ 현상이 미확인 상태이므로 ‘풍문(風聞)’으로 본다. 그리고 ‘우포’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의심할 여지없이 존재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루고 있다. 심층심리학의 분석적 방법이 보증하는 가능한 한 모든 결론을 ‘풍문으로서의 정신적 소산’에 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포’가 대체로 완두콩모양이나 타원형 또는 입담배 모양이며, 여러 빛깔로 빛나거나, 금속의 광택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속력을 낼 때는 시속 일만 오천 킬로미터에 달하며, 그 항로는 무중력체 만이 가능한 각으로 되어있으며, 그 가속은 경우에 따라 인간이 조종한다면 그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보고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이 점이 ‘우포’의 풍문성을 증명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정신적인 원인이 있게 된다.

 그 정신적인 원인을 ‘융’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해리(解離) 되었을 때 즉, 의식의 태도와 반대되는 무의식의 내용이 생겼을 경우에서 찾는다. 그럴 때는 비정상적인 확신, 환상, 착각 등과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며, 이러한 현상들은 냉철한 판단과 비판적인 이성을 가진 믿을 만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은 특히 격렬한 조치를 취하여 그 내용이 지각되도록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신적 해리의 이유에 대해서 “오늘날 위협적인 세계정세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 전부가 문제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사람들의 염려가 투사를 일으키는 환상은 지상의 조직체나 권력체와 같은 영역을 넘어 하늘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 것은 한때 운명의지배자 신(神)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별이 있는 우주공간이다.”라고 진단한다.

 이어 그는 ‘우포’에 대한 풍문의 현상을 ‘꿈의 해석의 원리’에 따라 해석한다. 꿈의 해석 방법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지각된 원반 또는 구형의 둥근 대상은 심층심리학적으로는 ‘전체성의 상징’, 산스크리트어로 원(圓)을 뜻하는 만달라(Mandala)에 비유된다. 만달라는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한계를 짓는 원, 보호하는 원, 또는 재난을 피하하기를 소원하는 원으로 나타난다. 그 것은 플라톤의 ‘이데아’이래 ‘태양,’ ‘연금술’, 종교들의 ‘신의 상징’으로 나타난 원형(原型)의 상징이다.

 이리하여 ‘우포’의 풍문은 그 물리적인 실재 여부를 떠나 신비적인 경향을 기피하고 합리적인 정신이 우세한 현대인의 무의식적 원형의 소산이 된다. 그러므로 ‘우포’의 풍문은 심리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상징이다.

 그는 임상에서 발견한 꿈의 사례와  1566년 바젤 소책자, 1561년 뉘른베르크의 소책자, 순례자가 저세상을 발견하다.(17세기의 동판화), 힐데가르트 폰 빙겐의 모체속의 아기에게 활기를 줌 등의 역사적인 그림을 통해 ‘우포’의 풍문이 심리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상징이 되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요약’에서 예로 든 것들에서 ‘자기원형의 현시’ 즉, 예로부터 내려오는 하늘에서의 신의 현시와 같은 양식으로 나타나며, 그 분체는 흔히 불과 물과 같은 대극성의 원칙을 끌어낸다. 남성과 여성, 양과 음, 위와 아래, 단일성과 4위성, 초월 세계와 일상세계, 등과 같은 대극은 자신(Selbst)의 가장 중심적인 원형이다.

 이어 그는 “인식론의 한계너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원형(Archetyp)들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수(數)이다. 수는 한편에서는 숫자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신적인 실체이며, 동시성의 개념으로 종합된다. 이로써 우리는 수수께끼 같은 심리 ․ 물리적 병행성을 이해하는데 접근하게 된다. 신체와 정신 사이를 연결하는 요소가 존재하며 그 것은 물질에 정신적인 능력을, 정신에 물질성을 부여하며, 이로 인해 하나를 다른 것에 작용케 한다.”라고 정신과 물질의 동시성 개념을 도출한다.

 그리고 존재는 어떤 본체성(本體性 ; Wesenheit)에 근거를 두어야하고, 본체는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특질을 지녀야하며, 이로써 정신역학(Psychoknesis)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정의한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적 사건은 정신적인 것을 내포할 것이며,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융’은 ‘비 심리학적 조명아래서의 우포현상’에 대해서도 고찰을 빠뜨리지 않는다. 즉, ‘우포’가 눈으로만 아니라 레이더나 사진 필름으로 지각되었다는 현상에 대해 천체 물리학자등 전문가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합리적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러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심리적 투사가 레이더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거나, 반대로 실제 물체의 현상이 신화적 투사의 계기를 만든 것이어야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가해서 말해야 할 것은 ‘우포’가 물리적으로 실재하더라도 그에 관련한 심리적 투사는 그 것이 원인이 아니라, 그 계기를 이룰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주장들은 ‘우포’와 함께 또는 관계없이 역사적으로 언제나 있어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끝으로, “‘우포’의 출현은 2차대전 이후에 더 잦은 것 같으므로, 여기에는 동시적 현상(sy-nchronistisches Phanomen) 즉, 의미에 상응한 일치(sinnentsprechende Koinzidenz)가 문제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인류의 정신적 상황과, 다른 한편으로는 물리적 현실로서의 ‘우포’ 현상은 결코 서로 인과적 관계는 찾을 수 없고, 의미 있게(sinnvollerweise) 일치하는 것 같다. 그들의 의미상의 연결은 한편으로 투사를 통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투사된 의미에 해당되는 둥근 원통모양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인류가 생각을 시작한 이래 대극의 합일을 표현해온 것이다.”라고 ‘융’은 ‘현대의 신화’를 결론 맺는다.

 인간의 역사는 과학 문명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상당부분 신화적인 것이었으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신화는 인간의 역사에서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융’의 ‘현대의 신화’를 읽고나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그 것은 인간은 원래 신화를 먹고사는 존재라는 것을 안 것이다. 인간은 파스칼에 의해 ‘생각하는 갈대’로 정의된 지성체이기에 끊임없이 자기와 자기를 둘러싼 존재계에 대한 정체성, 이를테면 존재이유와 근원 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도 인간은 그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영원한 의문 - 이것이 인간의 한계이며, 그러기에 인간은 ‘신화’를 창조하여 거기에 기대고 살아왔다. 불행하게도 현대도 그 예외는 아니다.

 과학기술이 만능이라고 믿었던 인간이지만, 그 믿음이 충족되지 못하거나 깨진 상황을 현대 과학시대에도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하고 위험해지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도 개인과 집단무의식의 투사에 의해 ‘우포’를 창조하거나 혹은, 관찰된 ‘우포현상’에 자기 ‘신화’를 창조하여, 그 것을 자기 존재의 존립기반으로 삼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신화’는 인간의 영원한 판도라의 상자 이다. 이것이 ‘카알 구스타프 융’의 ‘현대의 신화’가 나에게 준 교훈이며, 생의 지침이다.


[주]

(1),(2) : 현대의 신화 외,  삼성출판사, 1982. P 14 - 19(1), 19-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