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표본 경고등

보니별 2022. 3. 20. 23:09

                 등록일 2022.03.20 20:20                                                게재일 2022.03.21

 

표본(標本)이 반란을 일으켰다. 모집단(母集團)을 두 표본으로 나눠 이달 치른 3·9 제20대 대선 개표 결과 이야기다. 표본에서 통계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개표 날, 나도 밤을 꼬박 지새웠다. 초저녁 사전투표 함을 먼저 개표하여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오는 점이 이상했다. 선거 공정성 회복을 위해 부정선거 척결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가 생각나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도 들었다. 당일 투표함이 열린 후부터 제1야당 후보가 표 차를 따라잡아 역전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젊은 날, 경영학을 배우며 공부했던 통계학책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모집단은 이번 대선의 투표자 총수를 뜻하고, 두 표본이란 사전투표자 수와 당일 투표자 수를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선의 최종투표자 수는 34,067,853명, 투표율은 77.1%, 사전투표율은 36.9%다. 이것은 총투표자 중 사전투표자 비율이 47.9%다.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두 표본의 크기는 모두 1천600만명 이상이다. 내 통계학적 상식으로는,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크기가 이 정도면 통계적 분석도 필요 없이 그 데이터가 서로 차이 나면 안 된다.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최종득표율은 여당 후보가 사전 52.57%/당일 39.08%이고, 제1야당 후보는 사전 43.82%/당일 56.24%다. 두 후보의 사전투표득표율에서 당일 투표득표율을 뺀 값은 여당 후보 +13.49%, 제1야당 후보 -12.42%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대선의 모집단과 두 표본의 데이터 차이는 없어야 한다. 통계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 개표 결과는, 어떤 의도적 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전투표 개표 초기(3.65% 개표 시)의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1.66%와 45.25%로 6.41%를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개표율 50.89% 때의 양 후보의 득표율은 동률 곧, 48.29%를 보였다. 그 후 제1야당 후보 득표가 역전하여 꾸준히 그 차이를 이어갔다. 결국 새벽에 최종득표율 여당 후보 47.83%, 제1야당 후보 48.56%로 0.73%의 적은 차로 제1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시계열에 따른 득표율 변화는 사전 투표함을 먼저 개표해 일어난 통계적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일군의 사람들은 재작년 총선 이후, 나라에 선거 정의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총 9%가 넘는 득표 조작이 있었다는 통계적 주장도 있다. 선거표본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만일, 어떤 세력의 선거 조작으로 그 결과가 뒤바뀐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헌문란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생명이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행위다. 부정선거 주장을 단순히 선거 음모론으로 치부만 할 일은 아니다. 그 근거를 파헤쳐 사실로 확인되면 결단코 고쳐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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