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 분석
강 길 수
1. 시인 프로필
이름 : 문태준 출생 : 1970년 경북 김천
직업 : 시인 학력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데뷔 :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처서」등이 당선되면서 등단
경력 : 2004년~2005년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
수상 : 노작문학상, 동서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대표작 :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백로」
2. 들어가며
문태준은 1970년대 전형적인 농촌 김천에서 유년을 보냈다. 그의 의식 속에는 유년시절의 이미지들이 늘 살아있음을 그의 시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기계화되어 편리한 삶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살기에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시절 우리네의 삶이었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순수했던 농촌 삶의 편린들이 활동사진 필름처럼 문태준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태준의 기억의 세계, 잠재의식의 세계가 바로 그가 시상을 끄집어내는 곳간이다. 문태준은 그러한 시의 제재들을 단순히 추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의 근본문제로까지 심화시키고, 승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여기서 분석하려는 그의 시 「맨발」도 예외는 아니다. 어물전에서 개조개가 껍질 밖으로 속살을 삐죽이 내 민 모습에서 맨발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쓴 시가 「맨발」이다. 비록「맨발」이 가난하고 고통스런 삶을 형상화 하고 있지만, 그 것은 고통을 극복하는 표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3. 시 본문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
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
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4. 분석
시적 화자는 어물전에서 개조개 한 마리를 보고 있다. 화자는 개조개를 보고 ‘움막 같은 몸’이라고 함으로써 바로 자기가 사는 집, 나아가 인간이 사는 집을 상상한다. 개조개는 천천히 껍데기를 열고 몸을 밖으로 내 민다. 아마도 먹을 것을 찾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개조개가 몸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화자는 ‘맨발’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모습이 가난해 제대로 못 먹어 부르튼 발을 연상했을 것이다. 독자는 여기서는 맨발이 누구의 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화자는 독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을 다음 구절에 도입한다. 바로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이다. 왜 화자는 여기서 부처를 떠 올렸을까? ‘맨발’에 불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일까? 그리고 이 구절은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 비문이다. 어찌하여 ‘죽은’ 부처가 제자를 위해 발을 내밀 수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죽은’이 아니라 ‘죽어가는’이라고 하면 이해라도 할 수 있지, ‘죽은’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신화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듯, '슬피 우는 제자'의 슬픔을 강조하는 표현일 것이다. 부처는 하나의 엑스트라로 등장한 것이다. '슬피 우는 제자'는 고된 삶에 찌든 화자자신, 가족, 너와 나, 나아가서는 중생인 인간이 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맨발의 주인공이 ‘슬피 우는 제자’로 형상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자가 보는 ‘맨발’은 ‘펄’과 ‘물속’과 ‘부르튼’ 모습으로 상징되는 세파의 모진 고생에 노출되어 있다. 화자는 조심스레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린다. 도대체 맨발은 누구의 발이기에 조문하듯 건드린다고 하는가? 조문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 혹은, 영원한 작별을 뜻한다. 마지막 작별을 하듯 맨발에게 화자는 질문한다. 그러나 맨발은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더한 궁금증만 남기며 발을 거두어 갔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맨발’에게서 아무른 대답도 듣지 못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화자는 맨발에게 더 이상 주문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화자 자신이 보아온 맨발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갈무리하는 것이다.
화자가 본 맨발은 ‘천천히 발을 거두어’가는 긴 시간동안 살아내기 위해서, 늘 맨발인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잃은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고 절규함으로써, 맨발의 주인공이 비로소 암시된다. 아울러 맨발의 실체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가난한 삶의 고난과 그 슬픔을 을 처절하게 견디어 나간다. 그 것은 가족이 배가 고파 못 견디며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스님이 탁발하듯 양식을 구하러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 ─하고 집이 울 때’ 라고 노래함으로써 독자가 떠올리게 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화자의 어린시절, 가난으로 고통스러웠던 가정 살림을 책임지고 있던 아버지의 처절한 삶이 ‘맨발’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화자는 맨발로 먹을거리를 구해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덕으로 가족들은 배를 채우고 배고픔도 잠시 잊고, 울음도 그치는 행복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행복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절망처럼 ‘캄캄’한 것이다. 어쩌면 ‘맨발’의 행복과 절망은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가난한 삶이 부처의 발과도 비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가 암시하고 있는 것은 비록 시적현재는 가난하고 절망적이라도 그 것은 결국 극복되어야 할 불행임을 독자에게 깊게 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의 모티브를 바로 ‘개조개’에서 잡았기 때문이다. 조개는 문화원형으로 볼 때, 여근을 나타내어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화자가 조개껍질을 자기의 집에 빗대어 ‘움막’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는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시의 끝 구절에서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라고 화자가 말하는 것도 다시는 울음이 와서는 안 되는 것임을 강조하는 반어법으로 생각된다. 즉, 극복되어야할 현재의 불행을 캄캄한 멎음의 역설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5. 나가며
문태준의 시 「맨발」은 일반 독자가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시로 보인다. 어물전에 있는 개조개 한 마리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인간 삶의 현실과 근원적 문제까지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가 이와 같은 그의 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시인도 더 쉽게 일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쓰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2008. 6. 7. <글사랑> 창작교실 과제물
2008. 6. 15. 일차 수정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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