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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구슬 (최정례) 분석

보니별 2008. 6. 3. 12:39
 


                       붉은 구슬 (최정례) 분석


                                                                                                           강 길 수



1. 시인의 프로필

이름 : 최정례                            출생 : 1955년  경기도 화성      

직업 : 시인                              학력 :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데뷔 :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수상 : 2006년 제52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3년 이수문학상 수상

대표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나무가 바람을 등

시집 : 『내 귓속의 장대 나무 숲』『햇빛 속에 호랑이』『붉은 밭』등


2. 머리말

  문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독자에게 감동을 주거나, 독자와 공감을 느끼는 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문학은 독자와 작자의 소통의 미학이 가장 큰 존재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없는 문학을 상상해보라. 너무나 끔찍하지 않는가? 시도 예외는 아니다. 독자가 없는 시는 생명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시도 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3. 시 본문


교복을 입고 있었다 엎드려 울고 있었다 내 이름은 이 홍주라고 했고 고3이었다 미닫이 문 저쪽엔 어린 동생이 죽어 누워 있었다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집 문을 열면 연탄 아궁이가 보이고 아궁이 옆에 신발을 벗어 놓고 쪽마루를 디뎌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문은 닫혀 있고 찬 바닥에 얼굴을 대고 흐느껴 울었다 울음소리에 흔들려 깨어났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 옆에는 파출소가 있다 파출소 앞에 갑자기 모란이 한무더기 매달렸다 차들이 지날 때마다 모란 꽃송이가 부르르 떨었다 곧 먼지에 덮였다 졌다


홍주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다 그 집 죽은 동생 기억에 없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게 언제인데 방이 넷인 아파트에서 이렇게 누워 있는데 내가 교복을 입고 쪽마루에 엎드려 우는 고등학생 홍주라니


이상하다 붉은 구슬 속에 갇힌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파출소 앞을 내가 지나 다닌다 갑자기 매달린 모란 봉오리 내 이름이 아닌 핏빛 구슬 덩어리 좀처럼 피려 않던 먼지에 덮인


 

4. 분석

  이 시의 제재는 교복, 미닫이 문, 쪽마루, 방, 연탄아궁이, 아파트 등 사람이 사는 집이란 공간에서 만나는 것들과, 다니는 길, 파출소, 모란, 차, 먼지와 같은 살기위해 일하는 공간에서 부딪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울음, 이홍주, 고3, 어린동생, 죽음, 모란, 먼지, 핏빛 구슬 덩어리와 같은 삶의 상징어들도 제재를 구성하고 있다.

  시간의 배열은, 과거 → 현재 → 과거 →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것과 같은 몽환적 구조를 갖고 있다.

  제 1연에서 시적화자는 과거로 돌아가 자기가 사는 집에서 교복을 입고 어린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면서 교복 입은 고3으로 이름이 ‘이 홍주’라고 함으로써 ‘붉은 구슬’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붉은 구슬’과 연탄아궁이에서 붉게 타오를 연탄과 어린 동생의 죽음, 그리고 화자의 울음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쉽게 어린동생이 연탄가스에 중독 되어 죽었을 것임을 상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붉은 색은 여러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 경고나 금지, 주의의 뜻으로 쓰이고, 사상, 박애, 정열의 뜻을 가지기도하며, 태양, 공산주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꿈 많을 어린동생을 잃고 울다가 그 울음의 소리에 잠을 깨는 것으로 1연은 마무리된다. 어린시절 가난하게 살면서 연탄가스에 동생을 잃은 슬픔이 바로 ‘이홍주’란 이름으로 형상화 되면서 사람들이 아름답거나 귀중한 것으로 여기는 ‘붉은 구슬’로 승화되어 나아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홍주’란 이름에서 얻으면 무엇이든 뜻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의주’란 붉은 구슬을 강하게 연상할 수 있다.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보상으로, 희망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는 암시를 감지할 수 있다.

  제 2연에서 화자는 ‘매일 지나다니는 길’ 옆에 있는 ‘파출소’를 등장시킴으로써 힘의 질서로 이루어진 일하는 사회의 현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 ‘파출소’ 옆에 부귀와 영화, 성실을 상징하는 6월의 꽃 ‘모란’을 등장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생의 죽음이 모란꽃 한 무더기처럼 희망으로 피어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삶의 고단함은 먼지처럼 화자를 덮는다.

  제 3연에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죽은 동생의 일을 까마득히 잊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옛날과는 비교가 안 되는 방이 네 개인 ‘아파트’에 편히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교복을 입고 쪽마루에 엎드려 우는 고등학생 홍주라니’하고 3연을 맺음으로써 그 옛날을 되레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제 4연에서 화자는 결국, 그 옛날 자기에게 각인된 동생의 죽음과 연탄을 때며 살던 어려웠던 시절의 삶과 소망이 현재의 삶과 뒤엉켜 ‘붉은 구슬 속에 갇힌 것 같다’고 고백하게 된다. 부귀와 영화를 꿈꾸던 붉은 모란도 먼지에 덮여 피지 못하고 이윽고 ‘핏빛 구슬 덩어리’ 로 응고되고 만다.

  그러나 피지 못하고 응고된 모란의 ‘붉은 구슬’은 못다 이룬 죽은 어린 동생과 화자 자신의 꿈과 희망의  화신, 바로 화자 자신의 ‘여의주’임을 상징으로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이 시의 주제는 못다 이룬, 그러나 꼭 이루어야 할 꿈인 것이다.


5. 맺음 말

  최정례의 시 ‘붉은 구슬’은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빈곤한 삶과 동생의 죽음이라는 고통과 슬픔의 상황을, 희망으로 극복해 내려는 시인의 의지가 ‘붉은 구슬’로 응고되어 형상화된 작품이다.

                 

   2008. 6. 1.  <글사랑> 창작교실 과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