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310 과제논술문, 주제 :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감상하고]
받아들임을 통한 참 사랑의 미학
강 길 수
우리 민족의 빼어난 시인 김 소월의 ‘진달래꽃’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 정한(情恨)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민족시’란 평가와, ‘불운한 시대적 상황을 일본의 음률인 7․5조를 사용하여 개인의 정서를 담은 뛰어난 시일뿐’이란 상반된 평가가 있다. 이 글에서는 ‘진달래꽃’의 문학적인 평론보다는 필자 개인이 시로부터 느끼는 정신적인 면을 다루고자한다.
갈등(대립과 싸움포함)은 왜 일어나는가? 그 것은 어찌 보면 존재계의 존재 양식인 듯도 하지만, 인간의 그것과 다른 동, 식물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동 식물은 생존의 본능에 따른 갈등이 있을 뿐인데 반하여, 인간은 본능에 따른 갈등은 물론 지배욕, 정복욕과 같이 정신적 욕구나 공격성, 파괴성, 집단의식, 불특정 다수에 대한 복수 등 그 갈등의 양상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게 나타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갈등은 동식물의 그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나나난 갈등을 보면, 인간의 갈등은 생존 본능의 갈등보다는 정신적인 원인에 의한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하여 국가나 민족, 심지어 문화까지 멸망하는 역사적인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집단의 갈등에 비해 그 다양성과 심각성에 있어 결코 못하지 않은 것이 개인의 내적 갈등이다. 개인의 내적 갈등은 자신의 파멸은 물론, 이웃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주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사실 집단의 갈등도 그 원인을 찾으면, 개인의 갈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내적 갈등은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가 된다.
김 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무릇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듯이 작자의 시대적 상황을 무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의 보다 진정한 가치는, 시대와 민족과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는 데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진달래꽃’은 인간의 사랑과 이별, 애증(愛憎)과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일련의 마음의 과정이 짧은 몇 연의 시에 승화되어 빼어나게 묘사되어 있는 시다.
‘진달래꽃의 이별이 ’여인의 순종적인 이별‘이란 주장도 있지만, 나는 꼭 주인공이 그렇게 ’여인‘으로만 한정짓고 싶지 않다. 여인이 아니라 실연하는 남자의 이별이라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있어 실연은 가벼운 경우도 있겠지만, 사람과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고통과 파멸을 가져오기도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인간의 근본 문제를 소월은 ‘진달래꽃’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전적으로 수용해 줄 뿐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고, 축복까지 해주는 참 사랑의 인간상을 제시한다.
이제 그 내용을 시의 본문에 따라 분석해 보자.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이 제 1연은 현실적으로 닥친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을 많은 이들이 주장하듯이 ‘체념’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내적 갈등과 정화(淨化)를 거친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부리오리다.”
제 2연에 가서는 이별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떠나는 이에게 진달래꽃을 따다가 그가 가는 길에 뿌려주는 아름다운 축복의 마음, 참 사랑의 마음을 보이고 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제 3연은 이 시의 클라이맥스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귀한 희생의 정신과 상대방 중심의 이타적 사랑을 나타냄으로써, 실연과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뜨거운 참 인간애를 구현하고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제 4연 마지막 연은 이러한 상대방 중심의 사랑을 다시 한번 인정하고 자신에게 재 다짐함으로써, 이별의 슬픔 뿐 아니라 그 여한까지 극복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재천명한다.
이렇듯이 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할 내적 갈등의 해결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며, 그 사랑은 이별까지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가는 이를 위하여 축복의 마음을 보내는 아름다운 ‘참 사랑의 미학(美學)’을 창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참 사랑의 미학’을 살아냄으로써 온갖 불행의 원인인 내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적인 공격성과 파괴성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과 싸움 등, 모든 인간의 불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새 인간상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어울리기 > 논술문 들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사이의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0) | 2006.09.13 |
---|---|
현대 한국사회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0) | 2006.09.13 |
마음으로 보아야한다 (0) | 2006.08.16 |
환경, 곧 내 생존의 문제 (0) | 2006.08.16 |
이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0) | 200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