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4.08.05 19:18 게재일 2024.08.06
J 초등학교 옆 교차로에 건널목이 있다. 사람이 신호 기다리는 한곳 곁에 가로, 세로, 높이 모두 한 뼘쯤 돼 보이는 정사각 표지석 하나가 있다.
관심 없이 지나다녔으니 언제 설치됐는지 모른다. 며칠 전 출근길에 표지석 옆에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무심코 시선을 옮기는데 표지석이 처음 제대로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슨 글자가 그 윗면에 새겨져 있는 것도 보였다. 수년 아니, 어쩌면 강산이 한 번은 변했을 세월을 나는 표지석을 못 본 듯 곁에 자주 오갔다.
가까이 다가가 글자를 보았다. 바로, ‘해발 2.53M’란 표지였다. 내심 두 번 놀랐다. 첫 번째가, 주위 사물에 대한 내 무관심을 또 확인한 점이다. 살아오며 나름대로 만나거나 지나가는 사물에 관심을 가진다고 여겼는데, 실상은 아니거나 모자람이 드러난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사는 곳의 해발 고도가 너무 낮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사실이다. 포항에 올 때부터 상식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예전에 양학천이나 칠성천이 복개되지 않았을 때는, 매일 지나다니며 수면 높이나 보이는 수질, 악취 같은 것들을 가늠할 수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포항 운하나 동빈내항 같은 곳에 일부러 보러 가기 전에는 깜깜이가 되었다. 복개 때문이다. 수로 안의 수면 높이나 수질 같은 것은, 당국자들이나 점검하고 알고 있을 것이다.
당국에서 시가지에 해수면 표지석을 세운 이유는 법률에 따른 것일 테지만, 국민도 자기 사는 곳의 해수면 높이 정도는 알고 살아가라는 뜻도 있을 터이다. 남, 북극과 고산지대의 빙산과 만년설이 온난화로 녹아내린다.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하는 기후변화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해수면 상승을 다루는 여러 단편적 보고나 보도들을 보았다. 한결같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데, 해수면 상승 예상 수치는 보고나 보도마다 달랐다. 전문가들의 예상 모델이나 수치가 아직 일치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해양환경공단(KOEM)의 ‘해수면상승시뮬레이터’의 자료가 체계적으로 보인다. 해수면 상승지표를 4단계로 정하고, ‘현재, 2050년, 2100년’ 3 시점을 각각 볼 수 있게 한국의 해수면 상승 예상 지도가 올려져 있다.
4단계는 ‘대표농도경로(RCP,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의 지표 수치다. 지구 자체가 인간 활동 영향을 원상회복 가능한 경우는 RCP 2.6,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가 RCP 4.5,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경우는 RCP 6.0, 저감 정책을 안 할 경우를 RCP 8.5로 정해 나타냈다.
이 지도를 보면, 2050년 우리나라는 해안가를 따라 많은 지역이 침수가 예상된다. 특히, 포항시는 공단을 포함한 시가지의 상당 부분이 침수 예상 구역으로 돼있다. 글, 수치 보다 지도로 보니 실감이 더 든다. 해수면 상승 문제는 투발루 같은 섬나라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앞에도 닥쳐올 현안이다. 따라서, 국가, 지자체, 국회 등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세워 실행하고, 국민도 내 일처럼 관심 가지며 협조를 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