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선택적 회피 사회

보니별 2024. 7. 22. 22:34

                          등록일 2024.07.22 19:40                                   게재일 2024.07.23

 

 

사람은 선택적 동물이다. 잠에서 깬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매 순간 무엇을 선택할지 요구받는다. 만일, 어떤 이가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 해도 그게 선택이 되는 기막힌 운명에 놓여있다.

 

이러한 선택의 숙명은 생태계 아니, 존재계 전체를 관통하는 법칙이기도 하다. 불교의 연기론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선택에 따라 벌어지는 현상이니까. 그렇다면 인간사회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 법칙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아마도 얼핏 보아서는 모르는 일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명, 청을 상국으로 모셨던 조선 시대를 차치해도, 구한말 위정자들의 선택에 따라 일제 강점기를 거쳤다. 해방도 자력이 아니라, 열강들의 결정에 따라 선택되어 졌다. 그 후 남북분단과 6.25 동족상잔의 휴전협정까지, 외세가 개입한 우리나라 역사의 선택 문제였다.

 

반도 국가의 특성 때문일지 몰라도, 의존적 선택 기질이 우리의 디엔에이에 있는 것만 같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선택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선택적 회피 현상이 사회 저변에 흐른다. 특히, 그래서는 안될 분야까지 오염되어 보인다. 이를테면 언론계, 입법·행정·사법은 물론, 교육, 종교 분야까지 망라된다. 온전한 데가 안 보인다. 하여, 선택의 현미경을 볼 줄 아는 국민은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다.

 

예를 들어, 가수 K씨 교통사고사건 전개를 보자. 시쳇말로 화풀이 대상의 시범케이스에 걸려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제기불능을 언급하면서까지 뭇매를 때릴 사항인가.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속전속결 재판이 진행되는 것도, 정치권의 이해할 수 없는 재판 지연과 비교하면 너무나 이상하다.

 

우리나라는 삼세번 문화사회다. 삼세번 심성을 가진 우리가 한 번 실수를 한 사람을 완전히 매장당하도록 선동하고, 동조하는 게 현실 모습이라 생각하면 힘 빠진다. 선택적 회피가 없는 사회라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유권력 무죄, 무권력 유죄로 확대되었다 하면, 원래 그런 건데 순진한 소리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으면 나도 좋겠다.

 

1야당 전 대표, JK혁신당 대표 같은 인사들의 해괴한 재판 과정은 국민을 열불 나게 한다. ‘선택적 회피가 작동하지 않고서야 어찌 자유민주주의 사법 체계하에서 그렇게 질질 끌고, 되지도 않는 이유로 이런저런 기각을 일삼을 수 있다는 말인가. , 판사가 재판에 정치적인가. 상식이란 눈으로 보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

 

침묵하는 다수 국민의 희망 거울에 비친 우리 사회와, 언론· 입법· 사법을 주무르는 자들의 행태를 비추는 거울에 드러나는 그것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왜일까. 바로 선택적 회피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해서는 안 될 야만의 횡포들이 일상이 되어가니 말이다. 5.18, 세월호, 전직 대통령 탄핵, 이태원, 선거 부정 등 꼭 비추어야 할 중차대한 일들이 부디 선택적 회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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