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마무리 큐시

보니별 2024. 6. 10. 22:20

              등록일 2024.06.10 18:56                            게재일 2024.06.11

 

 

뭔가 다르다. 평소에 안 나던 소리가 차 뒤 트렁크 쪽에서 들린다. 어떤 울림 같은 소리다.

 

차 소리가 이상한데?”하고 함께 탄 아내에게 말했다. 그녀는 별다른 말은 안 했다. 짐을 잘못 실었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텃밭까지 갔다. 두어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과 300m 정도 달렸는데, 차 뒤 오른쪽 바퀴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났다. 차를 세우고 살폈다. 타이어 공기가 다 빠졌다. 제법 큰 쇳덩이가 타이어에 박힌 것도 보였다.

 

농로 중간이라 차 세울 자리가 마땅찮아 200m 정도 더 가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세웠다. 비로소 박힌 쇳덩이를 자세히 보았다. 건설공사에서 콘크리트 벽을 칠 때, 쓰는 마감재 부착용 연결쇠였다. 공사 관련자가 길에 떨어뜨린 게 공교롭게 내차 뒷타이어에 박혔다. 앞바퀴였다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지 않은가. 어이없다.

 

공사 앞뒤 처리를 말끔히 안 해, 엉뚱한 내 차가 피해당했다고 생각하니, 황당하고 분하기도 했다. 일단, 스페어타이어를 끼려 시도했으나 어려워 보험 서비스를 불렀다. 전화하는 내 손이 잠시 떨리기도 했다. 보험 출동 기사는 이런 게 박히는 사례가 제법 있다며 때울 수 없으니, 새 타이어로 바꾸라고 권했다. 결국, 타이어를 앞당겨 바꾸는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7, 80년대 산업화 시기를 실험실에 근무했다. 당시 대부분의 실험기기 장치는 외국산이었다. 어느 날, 국산 전기 건조기가 처음 들어왔다. 검수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이상하게도 손에 상처가 났다. 모서리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날카로운 금속 돌출부에 손을 베인 것이다. 그때의 실망감과 이 타이어 펑크 사고의 황당함이 궤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실에서 품질관리 활동을 하던 때, 미팅에서 한 부서장이 했던 말이 불현듯 떠 올랐다. ‘품질관리는 마무리 큐시(QC, Quality Control)를 잘해야 해.’라고. 나는 국산 건조기 생각이 나며 그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었다. 오늘은, ‘사람의 활동은 마무리 큐시에 유종의 미가 달렸다하는 마음이 짙게 다시 들었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과 용역을 내주는 일이 바로 마무리 큐시니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가스누출 사고, 세월호 침몰 같은 끔찍한 대형 사고에서부터 오늘 타이어 펑크처럼 사소한 일까지 원인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요인은 마무리 큐시가 제대로 안 된 탓일 터. 실무자, 감독자, 감리자 등 관련자가 자기 일을 온전히 해냈다면 즉, 마무리 큐시를 제대로 했더라면 큰 사고란 불행은 닥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전 분야가 마무리 큐시를 덜 하거나, 오롯이 안 하는 것만 같다. 정치인, 공직자, 언론 등이 말로는 국민, 국민하지만 속은 제 잇속 챙기기 바쁜 비양심적 행태가 뻔히 보이니 말이다. , 담배꽁초 처리 같은 기초질서를 제대로 안 지키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라도 사회 온 구성원이 마무리 큐시를 잘 해내도록 이끌고 가르쳐, 국민이 안전하고 복된 나라로 바꿔나가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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