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우리, 울지 말자

보니별 2023. 10. 16. 22:17

                       등록일 2023.10.16 19:48             게재일 2023.10.17

 

 

 

우리, 울지 말자!.”

 

편의점 앞 탁자 의자에 앉아 고개 숙여 우는 아가씨의 등을, 다른 아가씨가 쓰다듬으며 한 말이다.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들이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 그녀들 곁을 지날 때였다. 거리가 멀어지는 데다, 벽돌 깔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굉음으로 이어지는 대화는 못 들었다. 출근길, ‘상대로 젊음의 거리에서의 일이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젊디젊은 아가씨가 초가을 아침을 울고 있을까.’ 걱정과 궁금함이 마음에 여울졌다. ‘젊음의 거리란 이름을 가졌지만, 음주, 가무, 유흥, 때론 싸움, 밤엔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으로 점철된 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뒤따랐다. 연전, 이곳에서 청년들이 싸우던 모습도 떠올랐다. 시나브로 가슴이 저려 왔다.

 

젊은이들이 그 젊음을 만끽하고, 희망을 충전하며, 사랑과 위로를 주고받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젊음의 거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거리를 걸으며 출퇴근한 지난 8년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상대로 젊음의 거리로 부르기 전 3, 5년을 오갔다. 젊음의 거리 조성 이전, 조성 중, 조성 이후를 다 보며 다닌 것이다. 한데 웬일인지, 내 눈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6년 전, 이곳을 상대로 젊음의 거리로 지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젊은이가 모이지만, ‘정체성이 없는 음주 유흥거리로 형성된 이 거리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로했단다. ‘가로환경개선 사업과 유해환경개선 사업,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연계, 시민에게 문화공간,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 복합체 도시로의 변모를 꾀한다고도 했었다.

 

참 좋은 소식이었다. 한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간선도로에 벽돌을 깐 가로환경 개선과 전선 및 통신선 지중화 사업만 미흡하게 마친 게 전부다.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문화공간,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기획은 공염불이 되었다. 그린웨이, 도시재창조라 했지만 철길숲과의 연계성도 별로 없어 보여, 시 당국에서 제대로 고민한 것 같지 않다.

 

아침마다 청소하는 분들이 없다면, 이곳은 호객용 찌라시와 담배꽁초, 각종 음주 쓰레기로 범벅이 된 거리가 되었을 터다. 청소원이 늦게 오거나, 비 오는 날 아침은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의 독창과 개성의 문화거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무릇 모든 시스템은 투입과 산출의 구조이듯, 독창과 개성의 문화도 노력과 투자를 들이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이곳이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라면, 젊은 아가씨가 밤잠도 제대로 못 잔 얼굴로 초가을 아침을 울고 있을까. 나라 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노력과 투자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 당국은, 이곳이 젊은이들을 위한 진정한 상대로 젊음의 거리가 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예서 초가을 아침을 울고 있는 아가씨의 눈물을 닦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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