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해외직구 트렌드

보니별 2023. 7. 24. 23:17


                  등록일 2023.07.24 17:59                                    게재일 2023.07.25 

 

 

세 번째 해외직구다. 국내 한 오픈마켓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생활용품을 해외에서 직접 샀다. 그 첫 품목은 자동차용 점프스타터였고, 두 번째는 배터리형 물 분사기였으며, 세 번째가 배터리형 예초기다. 셋 다 중국제품이다.

지난겨울, 일주일 정도 세워두었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렸었다. 개선책을 알아보다가 새 배터리 마련보다 점프스타터를 사는 게 더 경제적이란 판단을 했다. 오픈마켓 사이트를 돌아보다가 ‘해외직구 상품’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해외직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상품가격이 국내 구매보다 훨씬 쌌다.

더욱이 국내 생산 동종상품과의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너무 컸다. 직장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해 왔던 나도 ‘고장 나면 두어 번 새로 사도 더 싸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여, 비슷한 성능에 싼 상품을 고르게 되었다. 하긴 우리나라도 산업화 초기에 품질보다는 저가에 승부를 걸었지 않은가. 아무튼 품질을 중시하던 나도 너무 싼 가격 앞에서 생각을 바꾸고 말았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따져 보는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마케팅이나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세 요소는 가격, 품질, 납기라 본다. 해외직구 세 상품이 다 ‘마무리 품질’은 아무래도 모자라 보였다. 우리나라 상품에 비하면 겉모양 세련미가 덜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성능은 일단 셋 다 제대로 나왔다. 수명이 문제겠지만, 가성비(價性比)를 고려하면 쓸만하다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

웹사이트의 나무위키 사전에서 우리나라 해외직구 통계를 찾아보았다. 2022년 전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5조3천억 원이다. 나라별로는 미국 2조, 중국 1조4천800억, 유럽 1조1천300억, 일본 4천200억이다. 상품군별로는 의류, 패션 2조1천500억, 음·식료품 1조4천200억, 가전·전자·통신기기 2천964억, 컴퓨터 주변기기 885억, 생활용품, 자동차용품 3천85억, 화장품 2천507억, 스포츠·레저용품 1천558억이다. 이 통계에 ‘우리는 해외직구 트렌드 시대에 살고 있구나!’하고 놀랐다.

1990년대 중후반, 나는 작은 공장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때 처음 중국에서 클로르칼크를 사서 소분, 포장하여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는 생산 중단, 일본제품은 고가에 구하기도 어려웠다. 품질 의심이 들지만, 할 수 없이 중국제품을 처음 샀다. 제품 도착 날, 상태 확인과 소분 포장 교육을 위해 직원들이 모였다. 포장 용기부터 엉성하고, 녹슬어 찌그러지기도 했다. 황당한 일은 뚜껑을 여는 순간 벌어졌다. 내용물의 거친 정제(錠劑) 상태에다 담배꽁초 네댓 개가 함께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 일은 중국상품에 대한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 후 4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중국상품도 품질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올 해외직구 상품 셋이 과거 클로르칼크의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조금은 엷어지게 한 기분이다. 우리 집에도 주문자 위탁생산 해외제품이 여럿이다. 다른 나라 제품은 아직 직구는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해외직구 트렌드’에도 잘 대처해 나가면 좋겠다.

'어울리기 > 발표 글-경북매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식 무너지는 사회  (0) 2023.08.30
탈북, 북한이탈  (0) 2023.08.07
부러웠던 광경  (0) 2023.07.10
유월 한가운데  (2) 2023.06.22
장미 아가씨들  (13) 202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