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3일간의 행복

보니별 2022. 7. 17. 23:44

                        등록일 2022.07.17 17:58                                              게재일 2022.07.18

 

 

  ‘우와! 이게 웬 복이야! 나라꽃을 이곳에서 만나다니.’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순간, 숙소가 멀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사흘간 오가며 나라꽃 무궁화의 웃음을 보며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우리나라 꽃노래가 절로 흥얼거린다.

 

  칠월 중순의 둘째 날 아침이다. 숙소가 교육장과 멀어 조금 언짢았던 기분이 되살아나며 모텔 문을 나섰다. 첫 길이라 얼마간 이곳저곳 돌면서 교육장 가는 길을 찾았다. 간선도로에 연결된 주택지 도로다. 노변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얼굴, , 등에서 땀이 났다. 그런데 초입을 들어서자, 보도에서 활짝 웃는 얼굴들이 도열하고 서서 오는 이를 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언짢았던 기분도, 흐르는 땀의 불편도 휙 사라졌다. 바로 무궁화의 인사 덕분이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누구나 즉석에서 따라 부르며 배울 수 있는 이 쉽고 아름다운 동요가,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살아있음을 알아채던 기쁜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웹사이트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찾아본다.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로 동요를 듣는 기분은 나와 너, 우리가 바로 하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웠던 그 옛날 기억도 되살렸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예로부터 관련이 깊다. 신라의 최치원이 당에 보낸 문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 ‘무궁화 나라라고 불렀다. , 옛 중국 동진(東晉)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이 쓴 지리서(地理書) 산해경(山海經)에서 군자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之國有薰華草朝生暮死)’라고 하였다.

 

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이 되었는지 공적 선정 자료는 못 찾았다. 다만, 16세기부터 무궁화란 말이 쓰인 것을 보면, 백성의 삶 속에 먼저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싶다. 구한말 신문화가 밀려오면서 남궁억, 윤치호 등이 국화의 필요성을 알고 무궁화를 국화로 하자고 한 바 있다. 그때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18961121일 독립문 정초식 때, 배재학당 학생들의 애국가에서 처음 불렀다 한다.

 

대통령 표장(標章)이나 국가 기관 마크 등, 많은 데 무궁화무늬를 쓴다. 그러나 정작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일에 우리 사회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한데, 이곳엔 누가 무궁화를 심었을까. 주민이든, 지자체든 심은 분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문화서로 23번 길과 89번 길을, 아침저녁 무궁화 웃음 속에 걸었던 3일간의 행복은 내게 나라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고맙고 또, 고맙다.

 

무궁화를 온 나라가 애써 가꾸고 마음에 새겨, 3일간의 행복이 평생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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