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1등 몰아주기 문화

보니별 2022. 1. 3. 23:31

                   등록일 2022.01.02 18:55                                   게재일 2022.01.03

 
 

 매주 목요일마다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제법 오래전부터 보아 온 것이다. ‘미스트롯 1’과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2’ 그리고 ‘내일은 국민가수’다.

 

트로트는 우리 정서에 잘 어울리는 대중가요이기에 처음부터 거의 보았다. 무엇보다 경연에 도전하는 이들이 무대에 나서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진한 기쁨과 감동을 듬뿍 선물해주었다. 삶의 희망과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지난날 나는 왜 저 참가자들처럼 모든 걸 쏟아붓는 삶을 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끝에 톱7을 뽑고 1등을 시상하는 장면은 좋았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 시상 범위와 규모, 하필 톱 7인가 하는 점이었다. 1등에게만 큰 상금을 몰아주고 2등부터는 상금이 없었다. 세 번 진행된 미스·미스터트롯이 그랬고, 이번 주 끝난 내일은 국민가수도 그랬다. 상금을 주지 않는 2위 이하의 상위 성적자에 대한 주최 측의 배려 내용은 방송에서 밝히지 않아 모른다.

 

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은 위에 예로 든 방송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신문의 신춘문예도 거의 장르별 당선자 1명만 뽑고 있다. 로또를 비롯한 복권들도 1등 이하의 등급을 두고 있지만 당첨금의 차이는 너무 크다. 올해 세계적 드라마가 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도 1등 당첨을 하기 위한 인간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예술이나 스포츠 프로그램은 흥행을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심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1등에게만 열광하고 2등 이하는 무관심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풍조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더 그러할 터이다. 공동체로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이웃에 무관심하다면 결국 자기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1등만 살아남고 2등부터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면 그 세상 모습은 어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간을 뺀 자연이 적자생존의 법칙하에 있다지만 잘 들여다보면 생태계는 우승자 독식이 지배하지 않는다. 서로 주고받는 순환을 통해, 전체가 어우러져 함께 사는 모습이 자연의 얼굴이다. 자연은 우리가 온 고향이며, 언젠가 돌아가야 할 본향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다.

 

1등에게만 열광하고 2등 이하는 무심한 현상이 확 드러나는 제도가 있다. 선출직을 뽑는 우리 선거제도다. 대통령과 단체장은 1명만 뽑아서 그렇다 치자. 하지만 기초, 광역, 국회의원의 경우는 선거구제를 바꾸는 등 개선책을 모색한다면, 1등 몰아주기를 피하면서 지역감정 같은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사회 여러 분야의 공모, 경기, 선출, 대회 등 상을 주거나 사람을 뽑는 행사의 시상이나 당선자 선정에서‘1등 몰아주기 문화’가 ‘어울림의 문화’로 승화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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