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새로운 인류문화 창조의 길
강 길수
서구 산업문명의 발달에 따른 환경오염과 파괴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환경위기와 삶의 질에 대한 성찰을 불러왔다. 그 결과 ‘웰빙(well-being)’을 표방한 ‘웰빙족’이 미국을 필두로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퍼졌다. 웰빙이란 경제적 가치관에 매달려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사당하는 기존의 바쁜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주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건전하며, 풍요로운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웰빙의 근원이 1960~70년대 미국의 히피이즘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점을 보면 이해가 된다. 자연 속에서 생명력을 되찾았던 선조의 지혜와 전통에서 빌려온 이 삶의 방식은, 도심의 공해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몸의 평화를 추구하고, 패스트푸드보다는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섭취하고자 한다. 또 비싼 레스토랑 식사보다는 가벼운 생식을 즐기고, 그 값으로는 향긋한 스파마사지나 발마사지를 즐긴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일을 마치면 헬스클럽이나 요가센터를 찾아 하루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푸는 것 또한 웰빙의 일환이다. 삶을 어떻게 즐겨야 한다는 구체적인 공식은 웰빙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초월해 웰빙의 삶은 규정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몸과 정신이 모두 편안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제일 우선한다. 남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걸음씩 쉬어가는 것에 진정한 가치를 웰빙은 두고 있다.(1)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미국에서 인간 삶의 새로운 양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하스’란 신조어는 미국의 내추럴마케팅연구소가 2000년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로하스는 직역하자면 ‘건강 및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이 되겠지만, 의역하면 ‘건강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이 된다. 환경을 배려한 생활방식을 마음에 두는 것뿐만 아니라, 항상 지구환경의 유한성과 인류사회의 미래상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 이외에도, 사회적 환경에 대해 종합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는 생활양식이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서비스, 환경, 사회정의, 에너지, 제품, 교통수단의 선택을 고려하는 등, 일상생활을 바꾸며,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활과 발전에 맞는 인간의 새로운 삶, 새로운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웰빙’ 다음의 트랜드로 ‘로하스’를 지목한다.
로하스의 문화형태를 따르는 사람들을 ‘로하스족’이라 하며, 이 집단의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패턴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여기 포함된다. 이들은 정보에 밝고, 상품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하스족의 소비패턴은 유기농 재배 농산물을 비롯한 저 에너지, 고 효율가전제품, 태양열전력, 대체의약품과 요가 테이프, 환경친화적 여행상품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더 나아가 기업에 자연경영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다. 로하스는 지구의 환경을 해치지 않는 생활의 지속적 활용과 현명한 소비문화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소비자를 양성한다.
웰빙이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본다면, 그에 비해 로하스는 사회적이고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각하는 미래 지향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학자 레이(Paul H. Ray)는 ‘우리는 지금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라파엘(San Rafael)은 그의 저서 ‘문화적 창조자(The Cultural Creatives : How 50 Million People are Changing the World)’에서 로하스 운동에 의해 나타나는 특정 문화를 규명하고 있다. 그만큼 로하스는 경제적인 영향 뿐 아니라 커다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그 것은 미국의 기본경제흐름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로하스생활을 영위하는 사는 사람들, 즉, ‘로하스족’을 문화적 창조자(Cultural Creatives)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레이는 이러한 로하스족이 미국에서 연 1%씩 늘어가며, 로하스 마켓에 유입되는 돈은 해마다 10%씩 안정적으로 급증한다고 말한다.
소수의 사람들은 로하스현상이 약간의 성장세일 뿐이지, 변화의 추세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레이는 ‘약간의 성장과 구조적인 변화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단언 하면서, 현재 로하스는 어떤 것이 좋은 제품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로하스가 만들어가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로하스마켓은 엄청난 잠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한 로하스 인터넷사이트는 로하스의 기반을 건강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서비스, 환경, 사회정의,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활과 발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2) 그러면서 미국로하스시장을 다음과 같이 구획하고 있다.
가. 지속가능한 경제 : 미국시장 ; 764억 7천만 달러
- 그린 빌딩과 공산품 - 재생 가능한 에너지
- 재 원료화 효율성 높은 제품 - 사회적 적응성 있는 투자
- 대체운송 - 환경관리
나. 대체 건강 돌보기 : 미국시장 ; 307억 달러
- 건강증진 - 침술, 유사요법(homeopathy), 자연요법 등
- 총체적 병 예방 - 약의 완전성제고
다. 건강한 생활방식 : 미국시장 ; 300억 달러
- 자연산, 유기농으로 생산된 영양 제품 - 음식물과 음료
- 보조식품 - 개인 돌보기
라. 개인적 발전 : 미국시장 ; 106억 3천만 달러
- 마음, 몸과 정신을 위한 제작물들 예를 들어 시디(CD), 책, 테이프, 세미나,
요가, 건강유지, 체중감량
- 정신을 위한 제작물과 서비스
마. 생태학적 생활 방식: 미국시장 ; 811억 9천만 달러
- 생태학적 가정과 사무실 만들기 - 유기/재 회수 섬유소 제품
- 환경친화적 기계기구 - 생태적 관광주의와 여행
위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로하스시장은 2,289억 9천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성인인구의 약 30%, 즉, 5,000만의 인구가 현재 미국의 로하스 소비자들이라고 보고 있다.
로하스는 이제 새로운 지속가능한 인류문화 창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나와 내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 사회, 국가, 인류, 생태계, 지구촌, 자연, 나아가 다음세대들까지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자각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된 것이 로하스다. 이렇게 새롭게 창조되는 문화 로하스의 특징은 다음과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인류공동선을 지향한다.
웰빙과 로하스는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로하스가 건강과 환경을 우선한다는 면에서 웰빙과 맥을 같이하지만, 바탕은 다르다. 개인 요소를 우선하는 웰빙과 달리 로하스는 자기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 사회, 지구촌, 나아가 후손까지 고려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유기농 재배에 관심을 기울이며 비용이 더 들어도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하고,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소비자가 로하스 개념의 소비자, 즉 로하스족이다. 웰빙족이 자기 집의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구입한다면, 로하스 족은 친환경 제품인지, 또는 재생 가능한 원료를 사용했는지 등의 여부까지 고려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로하스는 하나의 문화로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생산과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친환경을 지향한다.
미국의 경우, 로하스 관련제품을 넓게 구매하는 사람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인인구의 30%( 5,000만 명)에 달하며, 그 시장규모는 3,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로하스족은 식견 있는 중산층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하스족은 가능하면 친환경상품을 사고, 유기농산물을 찾는다. 하이브리드자동차, 재생에너지, 사회적 투자에도 관심을 갖는다. 우리사회보다 앞서 로하스바람이 부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소비자들이 농산품 하나를 사면서도 성분을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유기농제품을 사기 때문에 기업들도 그에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기농 전문 업체인 미국의 홀푸드마켓이다. 홀푸드마켓은 가격이 비싼데도 한 해 3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제록스는 97%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든 그린 복사기를 내놓았고, 도요타는 ‘프리우스’라는 기존 엔진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고유가시대 연료비를 절감한다는 효과도 있지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였다.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마다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미래형 자동차로 인식하고 새로운 신상품을 연구하고 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로하스가 몰고 오는 친환경 돌풍을 예견하여 그에 따른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로하스가 확산되고 있다. 각 환경단체들의 일회용품 줄이기, 장바구니 들기, 프린트 카트리지 재활용 캠페인 등 다양한 캠페인이 전개되고, 친환경 천연세제, 국산 콩에서 추출한 천연원사소재내의, 대나무 추출 천연성분의 속옷 등, 친환경 소재를 강조한 로하스 제품군이 출시되고 있다. 이제 더는 인간과 환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인류문명이 이르렀음을 인식하게 된 결과가 로하스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에 좋은 것은 내 몸에도 좋다는 가치가 형성된 것이다.
셋째, 웰빙을 대체할 문화를 지향한다.
로하스는 대량소비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케팅코드로 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굳이 지갑을 열지 않아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유해 물질과 쓰레기를 줄인다면 그것도 로하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하스가 웰빙을 이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근자『미래 상품의 특성과 기업의 대응방안』이란 제목으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로하스 상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친환경 디젤 자동차의 대중화를 서두르고 있고,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앞으로 기업의 로하스 제품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하스는 미국에서 나타나 세계로 확산하는 새로운 사회문화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정보에 밝고, 상품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주로 중산층으로 이루어진 '똑똑한 소비자'들이 로하스족을 이룬다. 그들은 자기위주의 웰빙생활 양식을 을 뛰어넘어 이웃, 환경, 생태계, 지구적 문제, 나아가 다음세대의 생존문제까지 아우르는, 근본적 인간문화생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중심과 그 편의성 위주의 물질문명은, 지구촌 환경위기와 생태계 생존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러한 생존의 위기감에 대한 반성과, 생태계의 생존을 위해 로하스는 필연적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도 개인은 물론, 가정, 단체, 기업, 나아가 전국가사회적으로 작은 소비생활부터 로하스를 실천하는 로하스족이 되어야 할 당위성은 필요하고도 충분하다.
[주]
(1) 야후코리아 인터넷 검색, 2007. 4. 18.(출처 : 매일경제)
(2) www.lohas.com/ 2007. 4. 16 검색
200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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