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논술문 들녘

개혁해야할 특수직역 연금

보니별 2006. 10. 3. 20:30

[논객 510 과제 논술문]

 

                                 개혁해야할 특수직역 연금

                                                               

                                                                                          강 길 수


 언론보도에 의하면 ‘특수직역 연금(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은  현재의 ‘저 부담ㆍ고 급여’ 체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보전을 위해 국민들이 향후 10년간 부담해야 할 규모가 총 46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향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현재 돈 가치로 환산할 경우 38조원으로, 올 연말 국가채무 추정액(245조원)의 15%를 넘는 규모라고 한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지난해 6월과 12월에 나온 감사원 및 KDI의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4대 공적연금의 미 적립부채가 330조원에 이르고 이 중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연금에 앞서 특수직역 연금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미 적립부채란 가입자에게 연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책임준비금) 중 아직 적립하지 못한 부분으로, 연금계약의 이행을 위해 앞으로 마련해야 하는 돈이다. 특수직역연금의 미 적립부채 규모가 눈 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이들 연금의 ‘덜 내고 더 받는’ 저 부담-고 급여체계 때문이다.

 9월28일 기획예산처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가 2005년 7,330억원, 군인연금 적자는 2005년 8,570억원으로 도합 1조5900억원에 달한다.  2010년에는 공무원연금 2조7,930억원, 군인연금 1조3,080억원으로 2015년에는 공무원연금 7조1,500억원, 군인연금 1조6,62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라 한다.

 현행법상 이들 연금의 적자는 전액 재정에서 보전해야 한다. 결국 이 금액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이들 연금 지급을 위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총액은 공무원연금 33조7,000억원(현재가치 27조원), 군인연금 12조6,000억원(현재가치 10조8,000억원), 도합46조3000억원(현재가치37조8000억원)이 된다. 사학연금은 아직까지 바닥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2016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은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재해보상과 연금에 관한 규정을 둔 것이 시작이다. 이 법을 기초삼아 60년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됐다. 2002년 1월19일 법률 제6622호로 11차 개정된 이 법률은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ㆍ질병ㆍ폐질에 대해 적절한 급여의 실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군인연금은 말 그대로 중사ㆍ상사 이상의 직업군인이 퇴역한 후 국가에서 지급받는 연금이다. 현역 직업군인이 신체적 장애 혹은 만기나 정년으로 제대ㆍ퇴역했을 때와 전사ㆍ사망했을 때, 본인이나 유가족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연금제도다. 63년 1월28일 군인연금법을 제정, 공포하며 실시하게 된 제도이며 적용대상은 현역 또는 소집에 의해 실지 군에 복무하는 중ㆍ상사 이상의 직업군인이다. 군인연금은 크게 퇴역연금과 퇴역 일시금, 상이연금, 유족연금, 유족 일시금으로 나뉜다.

 흔히 ‘사학연금’이라고 불리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사학교원과 사무직원만을 위한 공적연금제도다. 법률에 의해 사학교직원의 가입이 의무화돼 있는 이 연금제도는 75년 1월1일 출범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퇴직ㆍ사망과 직무상 질병ㆍ부상ㆍ폐질에 대해 적절한 급여제도를 확립해 교직원과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부담률과 급여의 내용 등 제도의 근간은 공무원연금제도와 동일하다. 기금의 조성과 증식, 관리와 제도운영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이 담당한다.

  같은 공적연금이지만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이하 특수연금)은 연금급여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의 월평균 소득 기준으로 40년을 가입하면 60%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특수연금은 33년 가입할 경우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6%의 연금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와 소득비례 기능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특수연금은 소득에 비례하는 일반 보험 원칙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것은 그나마 현재는 유지되고 있는 국민연금마저 조기에 자금고갈을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연금지급률이 다름으로 해서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많은 연금 개혁주장자 단체들은 그 무엇보다 국민연금과 특수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세게 제기하고 있다. 같은 국민인데 국가가 혜택을 달리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헌법조항이 무색할 정도라는 주장이다. 맞는 주장이다. 헌법의 평등조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사회정의, 경제정의에도 어긋난다. 오늘날 공무원과 군인, 교사들이 퇴직이후까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할 당위성은 그 어느 점에서도 없다. 그들도 일반 직업인들과 같은 직업인으로 봐야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는 측면으로 보더라도 직업군인보다는 징집병사들이, 공무원보다는 수출전선에서 열심히 뛰는 수출역군들이 더 희생하고 봉사한다. 그런데, 어찌 퇴직 후의 연금지급에 차등을 두어야 하는가? 이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직자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급률이 높든 낮든 특수연금지급은 그 연금에서 조성한 기금으로만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

 개혁을 표방하고 등장한 참여정부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들의 개혁에는 왜 외면하는가? 정권재창출의 표를 의식해서 그런 것인가? 개혁도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정치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고 정의되듯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정치적과제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개혁은 국민이 경제적으로나 신분적으로 고르게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 그 것부터 개혁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만 손을 댈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특수연금의 개혁이다. 금년만 해도 도합 1조5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특수연금에 국민의 혈세로 편성된 정부예산으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직장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며 실의에 빠져있는 젊은이들과 실직자들, 노숙자들, 끊임없이 자기주장만 해대는 정치꾼들과 노동귀족들과 소위 시민단체들, 무사인일의 공직자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탄식한다, 그리고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헌법과 사회ㆍ경제 정의를 위배하는 ‘특수직연금’을 개혁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2005.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