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콩트 마을

피장파장

보니별 2006. 9. 25. 19:56
 

                          피장파장


                                                             강길수


한 순례자가 아침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점점 깊은 숲 속으로 걸었다.


긴 시간이 자나고 한 낮이 되어서야

허기를 느끼며, 자기가 깊은 숲 속에 와 있음을 알았다.


마침 그 깊은 숲 속에 작은 외딴 집 한 채가 보여서

순례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 집으로 갔다.


적막한 그 집엔 할머니 한 분이 마당에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순례자가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님! 무엇을 그리 열심히 찾으십니까?"

할머니가 대답하였다.

"응? 바늘을 찾고 있어…"

순례자가 말 했다.

"그래요? 그럼 저도 함께 찾아 드릴게요."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열심히

바늘을 찾았다.

좁은 마당을 몇 번씩이나 샅샅이 뒤져도

바늘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꽤 오래 시간이 흐른 후,

조급증이 난 순례자가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바늘 어디서 잃으셨는데요?"

할머니는 태연하게 말했다.

"응? 방에서…“


순례자는 어이가 없어 실망하여 말했다.

"할머니도 원 참!

방에서 잃은 바늘을 마당에서 찾다니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밖이 밝으니까 그렇지…"

순례자가 기가 막혀서 말했다.

"뭐라고요? 할머니! 정신 있으세요?"


할머니가 말했다.

"자넨 뭐 하러 이 숲 속을 헤매는가?"

순례자가 귀찮아하면서 대답했다.

"그야…, 아름다운 숲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서죠."


할머니가 넌즈시 웃으며 말 했다.

"내가 '방에서 잃은 바늘'을

마당에서 찾는 거랑

자네가 '잃어버린 나'를

이 숲 속에서 찾는 거랑 무엇이 다른가?

그러니, 피장파장일세 그려.

안 그런가…?"


순례자는 할머니께

얼굴을 붉히며 큰 절을 하고

얼른 그 숲을 떠났다.

'아름답기 > 콩트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쥐와 코끼리  (0) 2007.07.25
알에서 깨어난 작은 물고기  (0) 200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