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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

보니별 2016. 11. 6. 20:05
오피니언칼럼
한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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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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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길수 수필가
“제발 하루라도 더 살아다오!” 
 
“하늘아, 구름아 비를 내려다오!” 
 
콘크리트 옹벽 옆에 서서 삼사 미터 아래 있는 갈대밭을 보며 한 혼잣말이다.
 
“어! 이게 뭐야.” 
 
빗자루로 차 화물칸을 쓸어내며 저절로 나온 소리다. 열무 잎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는데 그 속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간밤에 어머님 기제사 모시러 고향집에 다녀왔다. 어제 저녁 무렵, 고향에서 제수씨와 아내가 소나기에 젖은 열무를 뽑아 골판지 상자에 넣어두는 것을 보았다.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고향을 출발하며 열무상자를 차에 싣고 왔었다. 아침 출근길에 차창으로 열무 잎 몇 조각이 화물칸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빗자루를 가져다 화물칸을 무심코 쓸어내렸다. 한데, 열무 잎 조각으로 보이던 것 중 하나가 청개구리였다니. 

청개구리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등이 조금 말라 보였다. 불쌍한 마음이 든다. 잠시 갈등에 빠졌다. 길 건너 유수지(遊水池)에 놓아주면 좋겠으나, 거의 매일 먹이를 찾아오는 조류들이나 다른 포식자들의 먹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마당 앞 농경지에 놓아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작년에는 사료용 수수를 재배했는데, 바닥이 연중 젖어있었다. 올해는 휴경이다. 조심스럽게 청개구리를 갈대가 우거진 쪽으로 던져 놓아주었다. 청개구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청개구리는 외롭고 낯설테지만, 우거진 새 갈대밭과 어우러져 잘 살기를 바랐다.  

올해는 웬일로 가물까. 농경지의 풀들도 가물을 탔다. 청개구리가 걱정되었다.

마당에 작업을 한다는 여직원의 말에 내려가 보았다. 청개구리를 놓아 준지 두 주쯤 지난 때였다.

성토 차량이 통행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순간, 이 낮은 농경지가 거대한 청개구리의 무덤이 될 것이란 마음이 들었다. 저절로 이런 기도가 마음 가득 물들였다.

“청개구리야! 제발 차가 안다니는 밤에 저 길을 건너 유수지로 탈출하려무나. 네가 생매장 당하기보다는 살 수 없다면 백로에게 먹혀 하늘을 날아보는 게 낫지 않겠니? 지금 네 앞에 죽을 위험이 닥치고 있단다.” 

청개구리는 이런 내 기도에 어떻게 응답했을까? 

“고마워요. 아저씨! 가뭄 끝에 오는 소나기가 너무 좋아 전 열무 잎을 타고 목욕 마치고 잠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저씨네 차 화물칸이었어요. `이젠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살려주어 물설지만 갈대밭에서 잘 지냈어요. 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제가 바로 아저씨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우리 동물들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보는 게 평생소원이거든요. 그래서 전 여기 그냥 살래요”라고 했을까. 아니면, 

“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 차 화물칸에 실린 열무 잎을 타고 노는데 깊은 밤이 되자, 차는 제 고향 산골을 떠나 울긋불긋한 불들이 별빛처럼 빛나는 도회에 도착했지 뭐에요. 그 빛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데, 열무를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는 바람에 저는 바닥에 떨어졌지요. 전 살려고 죽은 듯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아저씨는 직장에 출근 했고, 저를 모르고 빗자루로 쓸어내렸어요. 제가 죽을 것 같아 달아나니까 잡아서 갈대밭에 살려주셨어요. 그래요. 전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싶어요. 전 오늘밤 저 유수지로 건너가겠어요”라고 했을까. 

내가 아는 청개구리의 특별한 여행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 청개구리의 운명을 알 수가 없다. 마치 나 자신이나 모든 존재의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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