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장파장
강길수
한 순례자가 아침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점점 깊은 숲 속으로 걸었다.
긴 시간이 자나고 한 낮이 되어서야
허기를 느끼며, 자기가 깊은 숲 속에 와 있음을 알았다.
마침 그 깊은 숲 속에 작은 외딴 집 한 채가 보여서
순례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 집으로 갔다.
적막한 그 집엔 할머니 한 분이 마당에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순례자가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님! 무엇을 그리 열심히 찾으십니까?"
할머니가 대답하였다.
"응? 바늘을 찾고 있어…"
순례자가 말 했다.
"그래요? 그럼 저도 함께 찾아 드릴게요."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열심히
바늘을 찾았다.
좁은 마당을 몇 번씩이나 샅샅이 뒤져도
바늘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꽤 오래 시간이 흐른 후,
조급증이 난 순례자가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바늘 어디서 잃으셨는데요?"
할머니는 태연하게 말했다.
"응? 방에서…“
순례자는 어이가 없어 실망하여 말했다.
"할머니도 원 참!
방에서 잃은 바늘을 마당에서 찾다니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밖이 밝으니까 그렇지…"
순례자가 기가 막혀서 말했다.
"뭐라고요? 할머니! 정신 있으세요?"
할머니가 말했다.
"자넨 뭐 하러 이 숲 속을 헤매는가?"
순례자가 귀찮아하면서 대답했다.
"그야…, 아름다운 숲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서죠."
할머니가 넌즈시 웃으며 말 했다.
"내가 '방에서 잃은 바늘'을
마당에서 찾는 거랑
자네가 '잃어버린 나'를
이 숲 속에서 찾는 거랑 무엇이 다른가?
그러니, 피장파장일세 그려.
안 그런가…?"
순례자는 할머니께
얼굴을 붉히며 큰 절을 하고
얼른 그 숲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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